삼성-현대차, 단순 디스플레이·배터리 납품 넘어 첨단 기술력 개발 맞손
양사의 전방위 협력 확대로 글로벌 시장서 韓산업 경쟁력 강화될 것 기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동맹이 단단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장벽이 강화되는 등 악재가 커지자 의기투합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최근 전기차에 이어 AI(인공지능) 기반의 모빌리티, 로봇 등 첨단 산업으로 공조를 더욱 확대하면서 미래 산업 분야에서 경쟁 대신 상생을 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해당 협업을 통해 양사는 제한된 공간에서 배터리를 최적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출력과 사용시간을 대폭 늘린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나선다.

본래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지금까지 로봇 사업에 집중해왔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모두 로봇 사업을 미래 핵심 먹거리로 삼았으며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31일 868억원을 투자해 본래 지분 14.7%를 가지고 있던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보유 중인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곳으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AI를 적용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행보다.

현대차그룹도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1조원에 인수한 뒤 로봇개 '스팟'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 중인 가운데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인 '올 뉴 아틀라스'를 출시한데 따라 현대차그룹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재계의 다음 격전지는 '로봇'으로, 로봇 기술력 개발과 시장 확보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경쟁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로봇 기술력 개발에 힘을 모으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양사의 협력은 이미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앞서 2020년 5월 이 회장과 정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만남을 가지면서 배터리 분야 협력 기대감이 퍼졌다.

이후 3년 뒤인 2023년 10월에는 현대차와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두 총수의 회동이 결실을 맺었다. 당시 삼성SDI가 현대차에 공급하기로 한 배터리는 차세대 각형 배터리(P6)로, 글로벌 경쟁 속 폼팩터 다양화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 이뤄진 계약이라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이보다 앞서 2023년 5월에는 현대차 제네시스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자동차 동맹을 맺은 바 있다. 사이드미러 모니터 등이 아닌 현대차 차량 메인 디스플레이에 삼성 OLED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배터리 협력 전부터도 양사의 협력 확대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어 2년 뒤인 올해는 양사가 전기차를 넘어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공동 개발'이라는 점이 양사의 협력이 강화됐다는 것을 설명한다. 앞서 전기차 배터리 납품 협력과 관련해서는 현대차가 다른 4대그룹(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배터리도 납품받고 있는데 더해 삼성의 배터리까지 받은 것이라면 이번엔 서로만의 독자적인 동맹을 맺은 점이라는게 차이가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AI 분야 첨단 기술력 확보에도 역량을 집결하기로 했다. 양사는 지난 26일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 실증을 마치고 다음달 3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인 'MWC25 바르셀로나'에 전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전동화 전환 및 소프트웨어 중심의 상품성 강화와 제조 기술의 스마트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5G 특화망 레드캡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제조 능력 향상에 삼성전자가 힘을 보탠 것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첨단 모빌리티 기술 개발을 위해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와도 동맹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아의 PBV(목적기반차량)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분야에도 힘을 합친다.

지난 27일 삼성전자와 기아는 스페인 타라고나의 타라코 아레나에서 열린 '기아 EV 데이' 행사에서 '삼성저자 스마트싱스 프로-기아 PBV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프로(SmartThings Pro) 기술을 바탕으로 한 'AI B2B(기업간 거래) 솔루션'을 기아의 PBV에 적용해 AI 자율주행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첨단 모빌리티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스마트싱스 프로가 주거 시설부터 오피스 빌딩, 상업 시설까지 다양한 디바이스와 솔루션, 서비스를 하나로 연동해 효율적인 에너지 절감, 공간 통합관리 등을 비즈니스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기술인데, 이를 기아 PBV에 접목시켜 일반 이용자 외에도 기아 PBV 차량을 구입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목표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동맹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업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의 공세와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재계 1,3위가 힘을 합쳐 한국 산업 우위를 지키고 첨단 기술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특히 단순한 배터리 납품, 디스플레이 납품을 넘어서서 로봇, 네트워크 솔루션 등 AI 시대에 따른 첨단 기술력 확보에 양사가 적극적으로 힘을 합치는 모습이기 때문에 더욱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향후 차량용 반도체, 로봇용 반도체 등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미 지난 2023년 6월에 올해 출시할 현대차 프리미엄 차량에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탑재하기로 한 상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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