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평가익만 5767억원…지분 승계 실탄 될 전망
현대차는 만년 저평가…1년 새 주가도 폭락

지난 2월16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기아 타이거즈 스프링캠프를 방문한 모습. 사진=현대차
지난 2월16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기아 타이거즈 스프링캠프를 방문한 모습. 사진=현대차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가 1년 새 폭증했다. 시세평가익은 5767억원, 수익률로 따지면 40.6% 오른 수치다. 이는 추후 지배구조 정지작업과 지분 승계를 위한 실탄이 될 전망이다. 반면 그룹 핵심 회사인 현대차 주가는 만년 저평가되며 1년 새 주가도 폭락해 비교된다.

7일 시초가 기준, 현대글로비스 시가총액은 9조9825억원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 회사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가치는 1조9965억원이다. 1년 전인 작년 3월6일 종가 기준 현대글로비스 시가총액은 약 7조988억원이었다. 이에 대한 정의선 회장 지분가치는 1조4197억원. 1년 새 평가익은 5767억원으로 계산된다. 평가수익률은 40.6%다.

일반적으로 기업 총수가 보유한 주식가치 평가익은 무의미하다. 기업집단을 지배하기 위한 경영권 지분이라 팔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다르다. 기업집단 지배기업이 아니라 정의선 회장 지분은 시장에 출회될 수 있다.

반면 현대차는 같은 기간 종가를 대입하면 1년 새 27%나 폭락했다. 정부가 현대차를 위시해 주가순자산비율(PBR) 1 미만 기업들을 겨냥, 밸류업 프로그램을 실시했음에도 되레 주가는 역행했다. 지난해 인도 중복상장 후 외국인 보유율이 떨어진 데다 트럼프 2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철폐 이슈, 관세 분쟁 같은 악재 탓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도 상장은 해외 상장이라 국내 중복상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외국인 주주 이탈이 심했다. 작년 2월7일 최초 인도 상장 풍문에 대한 해명공시가 있었는데 당시엔 확정된 게 없다고 회사 측은 부정했다. 그러다 그해 6월17일 재공시 때 상장 관련 예비서류를 인도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시 날짜 직전 개장일인 6월14일 외국인 보유율은 40.84%였다. 올 3월6일 장 마감 기준 외국인 보유율은 36.97%까지 떨어졌다. 국내 주주는 인도 시장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이 낮지만,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 때문에 중복상장 후 외국인 투자가 모회사에서 분산됐을 개연성이 생긴다.

 

 

현대차가 작년 중복상장 했다면 현대글로비스는 1대1 무상증자를 했다. PBR도 1 이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기업 밸류업’ 저서)에 따르면 코리아디스카운트는 경영자의 사익편취 방지 및 경영자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일치하도록 유인하는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가 부실한 데서 기인한다.

순환출자가 있고 지분 승계 전인 현대차그룹은 추후 정의선 회장이 경영권을 강화하고자 현대차에 대한 지배력을 늘릴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현대글로비스 개인 지분이 현금 확보나 현물출자 등에 용이하다. 즉,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과 일반주주 간 주가 상승의 이해가 일치한다. 이는 현대차와 다르게 현대글로비스의 PBR이 1을 웃도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런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향 캡티브마켓(독과점 시장)에 의존하면서 내부거래가 높은 특징도 부각된다. 2023년 기준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등 내부거래로 창출한 매출이 전체의 76.5%나 됐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부터 기아에서 보수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기아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높인다. 이 또한 실탄 마련 움직임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아도 PBR이 1 미만이다.

재벌 총수의 과다 겸직과 고액보수는 일반주주와 이해 상충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다. 최근 경제개혁연대는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 모비스 외 기아 3사 겸직은 사실상 비상근을 의미한다”며 “이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서 각각 고액보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로 기아에서 보수를 받는 것은 성과를 떠나 과도한 보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선 회장의 겸직 고액보수 문제의 시정을 위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은 올해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 등 3개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