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임금협약 잠정합의 속 갈등 불씨 여전
오비맥주, 화물연대 파업 여파 물류 차질 우려↑
코웨이, 노동환경 개선·정규직 전환 요구 고조
경제 불확실성 속 노사관계 악화 확산 가능성

유통업계가 전례 없는 노사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홈플러스, 오비맥주, 코웨이 등 주요 기업들이 겪고 있는 노사 간 대립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구조조정, 경영 전략, 노동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포괄하며 업계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6월 18일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 '투기자본 MBK의 밀실·분할매각 반대' 기자회견 현장 모습
지난해 6월 18일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 '투기자본 MBK의 밀실·분할매각 반대' 기자회견 현장 모습

우선 홈플러스는 최근 임금 협약에 대한 잠정 합의를 이뤄냈지만, 여전히 노사 간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홈플러스와 교섭노조인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2025년 임금 협약에 대해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이 합의안에는 임금 평균 1.2% 인상과 현장 경력 수당 신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1월 말 홈플러스 노사는 임금교섭과 회사매각 문제를 두고 심한 갈등을 겪었다. 노조연대는 임금인상률 2%와 경력수당 월 2500원 신설, 매각 시 보충교섭 진행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과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교섭이 결렬됐다.

특히 회사와 점포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최근 홈플러스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370명가량의 직원을 감축한 것도 노조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는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규모로, 노조 측에서는 이를 매각을 위한 사전 정리 작업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노사 갈등은 단순히 임금 문제를 넘어 회사의 경영 방식과 미래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20년 당시 홈플러스는 532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경영난에 직면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점포 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러한 방식이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특히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투자 없이 이윤만 가져가려 한다"고 주장하며,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노조의 주장이 과도하며, 오히려 회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최근의 임금 협약 잠정 합의는 일정 부분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매각 우려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향후 노사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오비맥주는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소속 지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파업은 오비맥주의 물류 운송사가 편의점 납품 물량 등을 자체적으로 운송하며 노조원들의 일감을 가로챘다는 주장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경기 안성시 물류센터에서는 파업이 격화되며 경찰관과 노조원들이 부상을 입는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회사는 파업 장기화 시 맥주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운송사와의 협의를 통해 사태 해결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강경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사건은 고물가와 소비 침체로 인한 유통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압박 속에서 발생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대전지역본부 오비맥주지부(노조)가 지난달 1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3일 안성시 오비맥주 물류센터에서는 파업이 격해져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화물연대본부 대전지역본부 오비맥주지부 제공
화물연대본부 대전지역본부 오비맥주지부(노조)가 지난달 1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3일 안성시 오비맥주 물류센터에서는 파업이 격해져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화물연대본부 대전지역본부 오비맥주지부 제공

코웨이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지속적인 노동 환경 개선 요구를 받고 있다. 정수기와 가전 렌탈 사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방문판매원과 유지보수 인력의 과중한 업무와 낮은 처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 갱신 과정에서 불안정을 겪고 있다는 점이 주요 쟁점이다.

노조는 정규직 전환 확대와 업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오비맥주, 코웨이의 사례를 통해 보듯이, 현재 기업들의 노사 갈등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이러한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존 전략과 근로자의 권익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의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기업들은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반면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과 적정한 근로조건 보장을 위해 더욱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사 갈등은 최근 경제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혼란이 더해져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10곳 중 7곳은 올해 노사 관계가 더 불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노사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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