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K방산 성장 주도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자체 방위비 지출 확대에 만장일치로 합의함에 따라 국내 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KAI) 등의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 이 중 대표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도 많이 오르고 있지만 JP모건 등에서 목표주가 상향에 나서며 시장에서 더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에서 EU 27개국 정상들은 만장일치 찬성으로 “유럽 안보와 방위에 대한 지출을 계속해서 막대하게 증가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전반적인 대비 태세를 강화해 전략적 의존성을 줄이며 회원국 간 중요한 역량 격차를 해소할 것”이라며 “유럽 전역의 방위 기술과 산업 기반을 강화해 필요한 규모와 속도에 따라 군사 장비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지난 4일(현지시간) ‘유럽 재무장 계획’을 27개 회원국 정상에게 제안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개별 회원국은 국방 부문 투자를 늘리기 위해 EU 재정 준칙 적용을 유예하고, EU 예산 여유분 1500억유로(약 234조원)를 담보로 회원국에 방공체계·미사일·드론 같은 각종 무기 공동조달을 위한 저금리 대출로 지원한다. 이를 토대로 EU는 방위비 증액에 8000억유로(약 1229조원)가 넘는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EU 방위비 증액 이슈로 최근 며칠 사이에 주가가 23% 올랐다. 종가 기준 2월 28일 59만4000원에서 7일 73만1000원으로 급등했다. 지난 4일 주가 상승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B금융(30조6000억원)의 시총을 1조원 이상 넘어서면서 처음으로 종가 기준 국내 증시 시총 10위에 올랐다. 7일에는 9위 네이버에 4000억원 격차를 보일 정도로 근접해 조만간 네이버를 제치고 9위에 오를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JP모건은 지난 6일 ‘한국 방위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95만원으로 잡으며 최우선 추천주로 꼽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액이 32조4000억원으로 국내 방산 기업 중 1위다. JP모건은 주력 제품인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이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며, 올해 방산 매출 성장률 49%, 영업이익 성장률을 37%로 예상했다.
이처럼 시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EU 방위비 증액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K방산 장비들은 대부분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산하 연합군)군과 호환성을 갖도록 설계하고 제작해, 우수한 호환성은 NATO 우방국에 상당히 좋은 대안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EU가 빠르게 방위비 증액에 나서면서 이에 대응해 무기체계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곳을 K방산이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하는 K방산이 유럽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같은 주요 무기체계 수출이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연간 수출기준이 내수를 처음 넘어섰다.
국내 방산 기업 중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자주포 K9와 장갑차 레드백, 다연장 로켓 천무, 포탄 장약, 항공기 엔진, 전함, 한국형 우주 발사체까지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지상용 주력 상품인 K9는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50%가 넘는 1위이고, 천무는 2위다. 여기에 국내 군수 항공 엔진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2년 전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한화오션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자체 기술력이 약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우리나라 방위 산업은 기술력을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 수출품인 K9도 ADD가 주도해 개발해, 수출할 때마다 로열티인 기술료를 ADD에 지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EU 방위비 증액으로)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어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유럽 국가 중심으로 주로 수출이 이뤄졌는데, 앞으로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고 수출 제품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