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사외이사가 6년 전과 비교해 고위공직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차관급 이상인 거물급이 특히 많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10일 발표한 ‘2019년과 2025년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특징 비교 분석’ 조사 결과에 담긴 내용이다. 이 조사는 국내 50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의무 교체해야 하는 기업 중 이달 7일까지 이사회소집결의서 등을 제출한 42곳 대상이다.
42개 기업 중 올해 주총에서 교체되는 사외이사는 53명이었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 중 SK하이닉스와 두산퓨얼셀, 에코프로비엠 등이 사외이사를 줄였다. CXO연구소 관계자는 “사외이사에 대한 책임이 강화돼 이사회를 점차 축소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과 올해 선임 사외이사의 평균 연령은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2019년과 비교해 올해는 50대가 줄고 60대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당시 50대 초반(50~54세)과 50대 후반(55~59세) 출생자 비중이 각각 17.9%, 37.5%였는데, 올해는 10.9%, 18.2%로 낮아졌다. 반면 60대 초반(60~64세)은 23.2%에서 49.1%로 늘었다.
40대 젊은 사외이사가 6년 전 8.9%에서 올해 12.7%로 늘었다. 올해 선임된 1980년대생 사외이사 중 김주호(1982년생)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가 멀티캠퍼스, 스티븐송(1981년생) 스카코리아 대표이사가 금호건설 사외이사로 지목돼 주총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는 2019년 5.4%에서 올해 7.3%로 우상향 흐름을 나타냈다. 올해는 현대자동차와 SK바이오팜, 한진칼, LG헬로비전 등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배출했다. 이중 현대자동차는 김수이 전(前)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PE 대표, SK바이오팜은 조경선 전(前) 신한DS 대표이사 및 신한은행 디지털개인그룹 부행장 출신을 영입했다. 또 한진칼은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조인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LG헬로비전은 최수정 숭실대 경영학부(재무전공) 교수를 이사회 멤버로 낙점했다. 이들 역시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안건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
올해 영입된 신규 사외이사는 6년 전과 비교해보면 기업체 CEO와 임원 등 재계 출신과 판·검사 및 변호사 등 율사 출신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교수 같은 학자보다 고위공직자를 역임했던 관료 출신들이 대거 이사회에 전진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은 12.5%에서 23.6%로 11.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고위공직자 중에서도 장·차관급 거물급 인사는 2019년 2명에서 올해는 8명으로 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반면 대학 교수 같은 학자 출신은 2019년 48.2%에서 2025년 38.2%로 10%포인트 낮아졌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 중 장·차관급 거물급 인사를 올해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한 곳에는 삼성 계열사가 다수 속했다. 여기에는 삼성생명보험(구윤철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 및 국무조정실 실장), 삼성중공업(김상규 전 조달청장 및 감사원 감사위원), 삼성E&A(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호승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및 대통령실 정책실장)가 포함됐다. 이외 DB하이텍(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정섭 전 환경부 차관), 에스비에스(임환수 전 국세청장,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제2차장)에서도 장·차관급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0% 가까이 추천된 학자 출신 중에서는 재무·회계를 포함한 경영학 관련 교수가 71.4%로 다수를 차지했고, 이공계열 분야 교수는 28.6%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이공계열 학과 교수 중에서는 이혁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삼성전자 사외이사), 정진택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두산에너빌리티), 김찬우 고려대 인공지능학 교수(현대위아) 등이 이번에 신규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정진택 교수는 고려대 총장 출신이고, 김찬우 교수는 삼성전자 글로벌AI센터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이혁재 교수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등도 겸하고 있는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올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중 70% 정도는 다른 회사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참신한 인물로 채워졌다”면서도 “올해 6년 임기가 끝나자마자 다른 회사로 바로 자리를 옮기는 이들이 10% 수준으로 나타나 ‘사외이사 돌려막기’ 현상은 올해도 여전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