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실시…자동차 등 관세 추가부과 가능성↑
현대차·기아 미국 생산 물량 확대 예정에 한국GM 국내 철수설…부품사 '위기'

선박 선적을 앞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 차량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선박 선적을 앞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 차량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2일부터 추과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완성차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공장 생산이 대부분 수출 물량인 한국GM의 경우 국내 철수설까지 나오면서 부품 등 국내 협력사들을 둘러싸고 위기감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 수출 품목에 대한 25% 관세에 더해 상대국의 관세율 및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간 몇몇 국가의 관세 유예 이야기를 하는 등 오락가락하기도 했으나 여지없이 오는 12일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데 따라 다음달 적용될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상태다.

특히 미국발 고관세 부담이 현실화되자 국내 완성차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170만대)의 59%(101만대)가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이었으며 한국GM은 지난해 국내 생산 물량의 84%(42만대)가 미국으로 향했다.

25% 관세가 현실화되면 자동차값도 관세율만큼 오르는데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미국 시장으로 갈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혹은 차 가격을 유지하더라도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커져 수익성이 감소하게 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기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연 30만대에서 50만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한국GM의 경우 국내에서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2종만을 생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제이콥슨 GM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관세 부과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으로 향하면 국내에서는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부품 등의 납품 물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간 국내 완성차업계를 지원해오던 협력사들로서는 큰 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자동차 생산이 연간 최대 90만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5%의 자동차 관세를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연간 증발하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연간 약 64억달러(9조1500억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 HL만도 등 규모가 있는 협력사도 있지만 대부분이 중소, 소규모 기업들인 만큼 미국으로 진출할만한 여력도 크지 않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1만5239개사에 달한다. 완성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952개사)에서 2차 협력사(2577개사), 3차 협력사(9536개사)로 내려오는 형태다.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납품 단가 조정 등이 이뤄지면 협력사들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이에 일자리 감소, 기업 도산 등 위기감 커지는 상황이다. 이미 한국GM의 국내 철수설까지 거론되면서 완성차 업체 자체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15일 미국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들과 대책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제조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면서 미국을 대체할 수출국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의 약 40%가 미국과 중국에 쏠려 있는 상황" 이라며 "수출이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특정 품목·국가에 편중된 수출구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진단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자동차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 약화로 글로벌 '톱(top) 10' 생산국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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