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성장·소비 패턴 변화 영향으로 극장 입지 축소
CJ CGV, '넥스트 CGV' 전략·해외 시장 확장 잰걸음
롯데시네마, '컬처 스퀘어' 강화·재무부담 극복 박차
메가박스, 콘텐츠 다각화·기술 혁신 통해 수익 개선

한국 영화 산업의 중추를 이루던 멀티플렉스 3사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로 대표되는 이들 기업은 지난 수년간 지속된 관객 감소와 경영 악화로 인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영화 산업이 다시 한번 큰 위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멀티플렉스 3사의 위기는 단순히 최근의 문제가 아닌, 오랜 시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는 게 업계의 보편적 시각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극장 폐쇄와 관객 급감은 이미 취약해진 영화관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최근 CJ CGV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CGV가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으로, 인력 감축을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최근 CJ CGV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CGV가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으로, 인력 감축을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팬데믹 이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 등 OTT 서비스의 급성장과 함께 영화 관람 문화의 변화, 콘텐츠 소비 패턴의 다변화는 극장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은 소비자의 지갑을 더욱 닫게 만들었다. 영화 관람은 많은 이들에게 사치품으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이는 극장가의 관객 수 감소로 직결됐다. 더불어 영화 제작비의 지속적인 상승과 흥행 실패 위험의 증가는 대형 영화사들의 제작 의욕을 꺾었고, 이는 곧 극장에 공급되는 콘텐츠의 양과 질 저하로 이어졌다.

CJ CGV는 3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위기의 강도도 가장 크다. CGV를 운영하는 CJ CGV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 9579억 원, 영업이익 75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6.7%와 54.8% 증가한 실적을 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사업 확장과 기술 특별관 SCREENX 상영관의 성장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CJ CGV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베트남에서는 매출 1014억 원, 영업이익 127억 원을 기록했으며, 중국에서도 매출 2519억 원과 영업이익 263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SCREENX와 4DX와 같은 기술 특별관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매출 7588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76억 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파묘'와 '범죄도시4'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람객 증가에 기여했지만, 하반기 흥행작 부족과 영화 시장 축소로 인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비상영사업(컨세션·광고) 부문은 성장했으나, 관객 감소로 인해 전반적인 매출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CJ CGV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넥스트 CGV'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극장을 단순한 영화 관람 공간이 아닌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별관 확대, CGV 전용 콘텐츠 개발, 광고 수익 다각화 등이 주요 전략이다. 

해외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국내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아울러 특별관 비중을 현재 30%에서 2026년까지 50%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관객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CGV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롯데시네마는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단순한 영화관이 아닌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랜덤스퀘어', '라이브시네마' 등 기존 상영관을 활용한 콘텐츠 공간이 대표적이다. 사진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수퍼플렉스. 롯데시네마 제공
롯데시네마는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단순한 영화관이 아닌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랜덤스퀘어', '라이브시네마' 등 기존 상영관을 활용한 콘텐츠 공간이 대표적이다. 사진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수퍼플렉스. 롯데시네마 제공

롯데시네마의 상황도 CGV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5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63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는 베트남 법인의 실적 개선, 인건비 등 비용 감축, 자사 배급작 '파일럿'의 흥행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2월 신종자본증권 2000억 원을 발행해 자본잠식에서 탈피했으나, 여전히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연결 순차입금은 252억 원(리스부채 4949억 원 제외)이며,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은 3500억 원이다.

이처럼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을 보였으나, 여전히 재무적 부담과 국내 사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국내 상영관 사업의 실적 개선과 자사 배급 작품의 흥행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도 과제다. CGV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스크린 수와 낮은 브랜드 인지도는 롯데시네마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시네마는 올해 경영난 속에서 과감한 혁신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핵심은 '컬처 스퀘어' 개념을 통한 영화관의 재정의다. 이는 단순한 영화 상영 공간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롯데시네마는 월드타워 수퍼플렉스를 시작으로 전국 10개 수퍼플렉스 상영관을 순차적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최첨단 영상과 음향 시스템 도입, 차별화된 좌석 경험 제공, 다양한 체험 요소 강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유니크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콘텐츠 제작 투자와 배급 사업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극장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소비 트렌드와 누적된 재무 부담으로 인해 롯데시네마의 극장 사업 정상화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롯데시네마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효율적인 자산 운용과 함께 그룹 차원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그룹 전반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추가적인 지원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올해가 롯데시네마에게 혁신의 성과가 가시화돼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될 전망이다. 

메가박스는 지난 10일 관객들에게 더욱 편안한 프리미엄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강남점 전체 7개 상영관 492개 전석을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관객의 편안한 관람을 위해 순차적으로 리클라이너 좌석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메가박스 제공
메가박스는 지난 10일 관객들에게 더욱 편안한 프리미엄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강남점 전체 7개 상영관 492개 전석을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관객의 편안한 관람을 위해 순차적으로 리클라이너 좌석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메가박스 제공

3사 중 가장 작은 규모인 메가박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메가박스중앙이 운영하는 메가박스는 지난해 매출 15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성장했다. 영업손실은 1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의 93억 원 적자에서 적자 폭을 줄였다.

3분기에는 매출액 752억 원, 영업이익 6억 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의 '탈주' 투자와 배급, '서울의 봄' 관련 부가판매 등이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결과다. 다만 4분기 실적은 매출 597억 원, 영업손실 128억 원을 기록했다. 

메가박스는 올해 초 크루 운영 고도화와 효율적인 비용 지출 구조 확립을 통해 내실을 다졌다. 평균 영화 요금(ATP) 상승을 위해 다양한 가격 정책을 도입했으며, 플러스엠의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흥행 IP(지식재산권) 확보와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한 매출 창출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여전히 과중한 재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연결 순차입금은 6048억 원(리스부채 3008억 원 포함)이며, 신종자본증권 800억 원,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8.6배로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최근 메가박스는 영화 산업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콘텐츠 기획과 기술 혁신을 통해 극장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단독 개봉작과 재개봉 기획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룩백'의 성공에 이어 '러브레터' 재개봉으로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4K 업스케일링으로 옛 명작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메가박스는 돌비 시네마 등 특별관 확대와 함께 뮤지컬, 콘서트, 라이브뷰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극장의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변화하는 영화 시장에서 메가박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메가박스는 플러스엠 사업을 통한 콘텐츠 확보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자체 제작 영화 5편을 선보이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과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대형 쇼핑몰 내 프리미엄 상영관 비중을 현재 15%에서 내년까지 25%로 확대해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 3사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OTT 서비스의 성장, 영화 관람 문화의 변화,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들이 지속되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부터 예상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강화는 멀티플렉스 3사의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멀티플렉스 3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영화 상영에 의존하는 기존의 사업 모델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멀티플렉스 3사 간의 합병 또는 대형 OTT 서비스와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3사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이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한국 영화 산업의 한 시대를 마감하게 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지금의 위기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영화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이라며 "멀티플렉스 3사가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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