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효성, 계열분리 9개월차…성장동력 확보 분주
주력사업 '스틸코드' 매각까지…반등 가능성 주목

호주 브리즈번에서 ABAC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오른쪽). 연합뉴스
호주 브리즈번에서 ABAC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오른쪽). 연합뉴스

HS효성이 그룹에서 계열분리돼 공식 출범한 지 9개월 가까이 된 가운데 계열분리 성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지난해 7월 효성家는 형인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주)효성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으로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형제가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다만 계열분리 직후 성적표는 다소 아쉬웠다. HS효성이 중간에 분리된데 따라 연간 실적으로는 측정이 어렵지만 지난해 3분기와 4분기를 비교할 때 실적이 소폭 하락한 것이다.

효성그룹의 경우 효성화학이 업황 부진으로 주춤하긴 했으나 효성중공업과 효성티앤씨가 실적을 뒷받침하면서 전년(2023년) 대비 매출은 13.8%, 영업이익은 40.6%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영업이익률은 9.7%를 기록했다.

반면 HS효성은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가 대부분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데다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이 예상보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4563억원으로 전분기(3분기) 대비 0.5% 소폭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72억6900만원으로 17.3% 줄었다. 

탄소섬유 수익성 개선과 관련해서는 전망이 밝지 않은 편이다. SK증권은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는 중국법인의 생산조정 등 운영효율화에 적자가 줄어들겠지만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신 긍정적인 부분은 지난해 HS효성의 4분기 당기순이익이 18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240.1%나 급증했다는 점이다. 성장 여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HS효성은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해진 상태다. 계열분리로는 9개월차 이지만 올해가 분사한 상태로 맞이한 첫 해인 만큼 실적 개선과 재무건전성 확보 모두 한 번에 해내겠다는 목표다. 본격적으로 사업구조 개편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HS효성의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을 통해 새롭게 저전력 ARM 서버 사업에 진출하는 등 성장 발판을 다지는 중이다.

HS효성첨단소재의 경우 다소 부진을 겪고 있는 탄소섬유 사업 보강에 나섰다. 중국의 저가 제품과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확대로 탄소섬유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따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 생산기지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은 중국에 비해 인건비나 원자재 값이 낮아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법인 HS효성비나코어에 533억원을 투자해 올해 생산량을 5000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국내 전주공장에는 향후 1조원을 투자해 기존 연산 1만1500t의 생산능력을 오는 2028년까지 2만4000t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타이어 보강재 사업은 더욱 강화한다.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018년 4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광남성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타이어보강재와 에어백 등 생산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다음달에 1억40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해 생산시설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새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일부 주력 사업은 매각하기로 했다. 타이어 보강재 사업(타이어코드‧스틸코드‧비드와이어사업) 중 '스틸코드'를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경쟁 입찰에 나선 상태다. 시장에서는 HS효성이 발빠르게 나선데 따라 올해 상반기 내로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쳐 연내 최종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이어 스틸코드가 핵심 사업군이긴 하지만 확실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군을 팔아 넉넉한 현금을 마련한 뒤 신사업에 나선다는 복안으로 파악된다. HS효성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긴 하나 시장에서는 스틸코드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을 전기차,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HS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추진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11월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세계 2위 업체인 유미코아에 448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또 HS효성은 지난 2022년 계열사 HS효성더클래스를 통해 양극재 기업인 우전지앤에프 지분 60%를 327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다만 HS효성첨단소재가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에서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있던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핵심 사업군을 떼어내고 신사업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점이 위험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이어 스틸코드 시장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중저가 스틸코드 시장은 잠식했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HS효성첨단소재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오랜 기간 글로벌 상위 20여 곳의 완성차 업체, 타이어 회사 등에 스틸코드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키워왔다.

또 조현상 부회장이 이전부터 타이어 스틸코드에 대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지난 2011년 효성 산업자재PG장을 맡은 시절 미국 타이어 제조사인 굿이어로부터 스틸코드 공장 2곳을 인수하는 거래를 주도했다. 해당 딜을 통해 HS효성이 스틸코드 사업을 크게 키워올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업을 HS효성의 성장을 위해 매각한다는 큰 결심을 한 만큼 올해가 조 부회장의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주)효성과의 격차를 줄이고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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