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 분야서 '업계 최초' 타이틀 연이어 따내며 선두
업계, 올해도 HBM은 SK하이닉스 독주 예상…D램 1위 가능성도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최초' 수식어를 계속 가져가면서 경쟁력 우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추격에도 격차를 더욱 벌리는 새제품을 선보이고 있어 향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모인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HBM 사업에서 5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제품별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이례적으로 HBM 실적을 공개한 데 따라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대한 예상치가 집계되는 상황이다.

HBM 시장 점유율 10% 안팎의 마이크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2025 회계연도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실적발표 및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HBM 매출이 사상 처음 1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역대 최대 수준의 HBM 실적을 기록한 사실을 알렸다.

이에 HBM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몇배로 높은 매출을 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연이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내며 최고 우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인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메모리 업계 격전지로 떠오른 HBM4 시장에서 한 발 앞서 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해당 제품에 대한 양산 준비도 하반기 내로 마무리해 차세대 AI(인공지능)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샘플을 공급했다는 것은 제품 개발이 상당 부분 완료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뒤를 따라오고 있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이 아직 HBM4 시장 문을 두드리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SK하이닉스의 선점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에 샘플로 제공한 'HBM4' 12단 제품은 AI 메모리가 갖춰야 할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를 갖췄다. 12단 기준으로 용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처음으로 초당 2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했는데 이는 5GB FHD급 영화 40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으로, 이전 5세대(HBM3E) 대비 60% 이상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또 SK하이닉스는 이전 HBM3E 통해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 공정을 적용해 HBM 12단 기준 최고 용량인 36GB를 구현했다. 이 공정을 통해 칩의 휨 현상을 제어하고 방열 성능도 높여 제품의 안정성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HBM4까지 경쟁업체들을 앞서면서 2022년 4세대 HBM인 'HBM3'을 시작으로 2024년 'HBM 3E'의 8단과 12단도 업계 최초 양산에 연이어 성공하는 등 HBM 제품의 빠른 개발과 공급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사장은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꾸준히 기술 한계를 극복하며 AI 생태계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라며 "업계 최대 HBM 공급 경험에 기반해 앞으로 성능 검증과 양산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또 한번 세계 최초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대 초반의 6세대(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 DDR5 D램을 개발했는데, 이를 올해부터 양산하며 HBM에 적용해 기술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D램 셀 크기를 줄이면 HBM의 칩 크기와 높이를 유지하면서 용량을 늘릴 수 있고 HBM 내부에 다양한 설계를 시도해 여러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메모리 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태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1c DDR5 D램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일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태수 부사장은 "이번 6세대(1c) DDR5 D램 개발로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금의 성공을 차세대 기술 개발로 이어가 1등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기술력으로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도 더욱 기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HBM4는 엔비디아가 내년 하반기 출시를 예고한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4 공급을 앞당겨달라는 엔비디아의 요청에 기존 계획보다 빠르게 절차를 개시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요청이 있어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HBM4 12단 샘플을 출하해 인증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향후 엔비디아가 밝힐 내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또 최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AMD, 퀄컴, 브로드컴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모이는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해 협력 강화 기회를 모색하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보이는 중이다.

이밖에도 SK하이닉스는 HBM의 뒤를 이을 PIM, CXL, AI용 SSD 등 혁신 기술력 확보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라인업을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을 비롯해 투자금을 확대하며 범용 D램 시장 잠식부터 시작해오는 중국 업체들까지 추격이 거센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 타이틀로 시장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장의 평가는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인 상황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HBM 수급은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이라며 "수요가 둔화해도 업계는 SK하이닉스의 물량 확보를 먼저 할 것으로 보이며 HBM 시장 내 SK하이닉스 점유율은 올해 56%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확보한 기술 리더십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 물량에 대한 주요 고객과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SK하이닉스의 HBM 출하량은 올해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1분기 D램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역전할 수 있을지에도 이목 집중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이 삼성전자 보다 2조7000억원 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BM을 기반으로 메모리 시장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SK하이닉스가 HBM 성공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재무부담이 줄면서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조1563억원으로 전년(8조9209억원) 대비 5조2354억웓 늘었고 차입금은 22조6837억원으로 전년(29조4686억원) 대비 6조7848억원 감소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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