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위기를 기회로.. '올리브 치킨' 성공 신화
CEO 교체·가맹점 관계 악화.. 논란 중심엔 '윤홍근'
전세계 4700여 매장.. 'K-치킨 세계화' 선봉장으로
상생경영 강화·디지털 혁신 등 '국내외 경쟁력' 과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선두주자격인 제너시스BBQ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윤홍근 회장이 이끌어온 BBQ의 30년 역사는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과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 여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성공과 논란, 혁신과 갈등이 공존했던 BBQ의 30년 역사에 관심이 몰리는 시점이다.
윤 회장이 1995년 경기도 연천의 작은 마을에서 BBQ를 창립한 이후, 회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를 선도해왔다. BBQ의 시작은 윤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서 비롯됐다. 1995년 7월 안정적인 직장을 과감히 떠난 윤 회장은 같은 해 9월 1일, 자본금 5억 원으로 BBQ를 설립했다. 당시 '치킨집이 곧 호프집'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시기에, 윤 회장은 '어린이와 여성을 타깃으로 한 깨끗하고 건강에 좋은 치킨집'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창업 자금 마련 과정은 윤 회장의 열정과 주변인들의 신뢰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전셋집을 월세로 전환하고 저축과 은행 대출을 합쳐 1억 원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4억 원은 10여 명의 지인과 선후배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조달했다. 이는 윤 회장에게 큰 책임감을 안겨줬고, 사업 성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다.
BBQ의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 중 하나는 1997년 IMF 외환위기였다.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로 원재료 가격은 상승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닫혔지만, 윤 회장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다른 기업들이 광고를 중단할 때, BBQ는 오히려 TV 광고를 새롭게 시작하는 역발상 전략을 펼쳤다. 이 과감한 결정은 100% 적중했고, BBQ는 위기 속에서 오히려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3년 BBQ는 2년간의 준비 끝에 '올리브 치킨'을 전격 출시했다. 이는 단순한 신메뉴 출시가 아닌 치킨 업계의 혁명이었다. '몸에 좋은 튀김용 기름'을 강조하는 웰빙 트렌드를 선도하며, BBQ는 건강한 치킨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올리브 치킨의 성공은 BBQ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제너시스BBQ로 회사명이 변경된 시기는 2007년 1월이다. 당시 (주)제너시스는 대표 브랜드인 BBQ의 높은 인지도와 지지도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회사명을 (주)제너시스BBQ로 변경했다. 이러한 변경은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에서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BBQ의 30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글로벌 진출이다. 2003년 국내 외식업체 중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2006년에는 국내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초로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올해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47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한국 치킨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형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창조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윤 회장의 리더십 아래 BBQ는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윤 회장은 2023년 창사 28주년 기념사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BBQ가 시대의 변화를 읽고 적응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BBQ의 성장 이면에는 다양한 논란과 갈등이 존재했다. 대한민국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CEO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잦은 최고경영자 교체 문제가 지속돼 왔다. 이러한 현상은 BBQ의 경영 구조와 윤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스타일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윤 회장은 BBQ 창립 이후 30년간 기업을 이끌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의 경영 방식은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주도하며 회사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왔다. 이런 리더십은 BBQ의 성장 원동력이 됐지만, 동시에 조직 내 갈등과 CEO 교체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BBQ는 외부에서 영입된 CEO들이 윤 회장의 강한 리더십 아래에서 독립적으로 경영하기 어려운 환경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CEO가 자신의 비전을 펼치기보다 윤 회장의 경영 철학과 방향성에 맞춰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CEO들은 짧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사례가 반복되며, 안정적인 경영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BQ는 조직 내 소통 강화와 권한 분산을 통한 협력적 경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속적인 CEO 교체는 기업 이미지와 내부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윤 회장이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재조정하고 조직 문화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가맹점주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들도 큰 주목을 받았다. 윤 회장의 '갑질' 논란, 불공정 거래 행위 적발 등은 BBQ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 2017년 불거진 윤 회장의 가맹점주에 대한 욕설, 폭언 등 '갑질' 문제는 BBQ 사측과 가맹점주 간의 '진실공방'으로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 행위를 넘어 기업 문화와 경영 방식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더불어 BBQ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제재를 받았다. 2013년에는 본사가 발행한 상품권을 정산하면서 수수료 10%를 가맹사업자에게 떠넘긴 사실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외에도 2000년, 2008년, 2011년에 불공정행위가 적발돼 공정위의 '단골 제재 기업'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BBQ가 겪은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가족경영'과 '경영독재'가 지목됐다. BBQ는 오너 일가들에게 지분 구조가 집중돼 있는 전형적인 가족경영 기업이었다. 이로 인해 오너 일가의 경영 전반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 있었고,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영독재'라 불리는 의사결정 구조는 회장의 '갑질' 논란과 같은 문제를 야기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기업 문화 전반의 문제로 인식됐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혁신을 저해하고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BBQ와 bhc 간의 10년에 걸친 법적 분쟁은 양사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소모전이었다는 평가다. 이 분쟁은 사실상 종결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양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여전히 남아있다.
BBQ는 지난해 7월 30년 경력의 프랜차이즈 산업 전문가인 심관섭 전 미니스톱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기존의 가족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으로 읽혔다. 심 대표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은 BBQ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한 BBQ는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지난 2월 윤 회장은 공채 36기 신입사원들과의 만남에서 "2030년 전 세계 5만개 가맹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BBQ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윤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하며, 끊임없는 혁신과 공동의 노력을 통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를 당부했다.
BBQ는 지난해 글로벌 사업 확대와 국내 시장에서의 혁신적인 전략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해외 사업의 급격한 성장이 주목받았다. 회사는 57개국 700여 개의 해외 매장에서 소비자 매출(POS 매출) 3000억 원, 해외 법인 매출 1100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해외 판매액이 66%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는데, 판매액이 90% 가까이 증가하며 글로벌 성장을 견인했다. BBQ는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외식 브랜드로 인정받으며,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국내에서는 핫플레이스 상권을 중심으로 크로스오버 형태의 매장을 확대하고, 건강한 식습관에 관심 높은 2030세대를 겨냥한 메뉴 전략으로 호응을 얻었다.
윤 회장이 BBQ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해외사업에 전념하기로 한 결정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업계는 여전히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의 해외 진출로 인해 실제 수익성 개선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BBQ가 그간 겪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다. 가족경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 의사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는 기업의 건전성을 높이고 외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가맹점주들과의 상생 경영도 적극 실천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소통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BBQ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윤 회장이 강조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BBQ가 치킨 프랜차이즈를 넘어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 5만개 가맹점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각 국가의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BBQ의 30년 역사는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과 맥을 같이한다"면서도 "그러나 BBQ의 성장 과정에서 가맹점과의 갈등은 지속적인 논란거리였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둘러싼 본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은 BBQ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단순히 BBQ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BBQ의 가장 큰 과제는 해외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며 "현재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해외 진출 전략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국의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가맹점과의 상생 모델을 더욱 발전시키고,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