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이재명·김어준 등 내란음모 고발
야당, '헌법재판관 임기연장법' 등 강행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27일 일반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27일 일반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결국 4월로 넘어갔다.

헌재의 깊은 고민에 '5대3 기각설' '6대2 인용설' '선고 무산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면서 정치권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인용과 기각 가운데 한쪽으로 결론이 나면 정국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요동칠 것이 분명한만큼 여야는 헌재에 시선을 고정한 채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난타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초선의원 전원, 방송인 김어준 씨 등 72명을 내란음모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언론공지에서 “피고발인들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한 대행 및 국무위원 전원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며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주 의원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정상적 권능 행사를 장기간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모의·결의한 만큼 내란음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씨의 경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괄 탄핵'을 거론하는 발언을 거듭해 시청자에게 사실상 내란 범행을 선전·선동했다”며 “내란선전·선동죄도 함께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국혁신당은 주 의원을 무고죄로 경찰에 고발했다.

혁신당 차규근 정책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국회의 권능 행사를 언급한 게 어떻게 내란죄에 해당하느냐"고 반문한 뒤 "주 의원의 고발은 그야말로 가당치도 않은 일이며, 그러잖아도 극에 달한 국민적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적으로도 매우 무책임한 행위"라며 "주 의원 등 국민의힘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지난 28일 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한 대행을 비롯해 국무위원을 상대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야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놓고도 맞붙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과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국회와 대법원이 선출하거나 지명한 재판관에 대해 대통령은 7일 이내에 임명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임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또한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된 뒤에도 후임자가 임명되기 전까지는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상황을 해소하는 한편, 4월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 만료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임기를 마쳐도 한 대행이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은 '국헌문란 시도'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비판했다. 야당이 한 대행 탄핵소추안 발의를 강행하면 임기만료 헌법재판관 2인의 후임 지명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반격도 예고했다.

박준태 의원은 "헌법에 나와 있는 재판관 임기를 (법률로) 마음대로 바꾸겠다는 것은 법치 훼손을 넘어 국가 기반을 흔드는 발상"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것을 일반법으로 치환해 개정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통상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 두 달 전에 정부에서 임명과 관련된 청문회 개최 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행"이라며 아직까지 정부 측과 이와 관련된 논의는 하지 않았지만 한 대행 탄핵 등을 야당이 강행할 경우, 본격적 논의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제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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