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국내 첫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 성공…수주 확대 목표
LG엔솔, 46 원통형 배터리 수주 계약 체결…고객사는 4곳 선제적 확보

삼성SDI가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공개한 지름 46파이 배터리 4종. 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공개한 지름 46파이 배터리 4종. 삼성SDI 제공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지름 46mm의 원통형 배터리 시장을 놓고 국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제적으로 시장 공략을 알리며 수주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삼성SDI가 더 빠르게 양산에 성공하면서 수주 경쟁이 점화되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최근 베트남 법인에서 지름 46mm·높이 95mm인 '4695' 배터리모듈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배터리셀은 천안 사업장에서 만들었고 베트남에서 모듈로 조립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양산된 46 원통형 배터리로, 삼성SDI가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양산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는 먼저 이번 46 원통형 배터리를 삼륜차 등 소형 전기차나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용으로 미국에 공급하기로 했다. 추후 전기차로 수주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46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46mm에 높이는 80mm부터 120mm까지로 다양한 가운데 기존의 2170 원통형 배터리(21mm·높이 70mm)보다 부피당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가량 향상돼 배터리 업계 '게임 체인저'로 불리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증가시키고 가속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인 미국 테슬라가 46 원통형 배터리를 차세대 배터리로 낙점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를 따라 제너럴모터스(GM), BMW, 볼보 등도 46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달 초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앞다퉈 46 원통형 배터리 제품을 공개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셀로 구성된 팩 솔루션 'CAS'를 전시했으며 삼성SDI는 '50A급 초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를 비롯해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의 4개 라인업을 모두 공개했다. 46 원통형 배터리를 놓고 양사의 호칭도 '46시리즈'와 '46파이'로 나뉘고 있는 등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에서 가장 빨리 46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나선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높이가 80mm인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일찍 시작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먼저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납품 일정 등이 조정되면서 양산이 지연돼 올해 1분기 내에도 이뤄지지 못했는데, 그 사이 삼성SDI가 가장 먼저 양산 소식을 알렸다.

46 원통형 배터리의 성장세가 기대되는 만큼 가장 먼저 양산을 시작한 삼성SDI가 수주처를 늘리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혹은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는 2분기 내로 양산을 시작해 테슬라 납품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지 등 경쟁 구도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46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올해 155GWh에서 오는 2030년 650GWh까지 확대돼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2170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46 제품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주 측면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양산을 시작하기 전부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해 미국 테슬라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리비안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46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수조원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주요 고객과 다년간 연 10GWh 규모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맺었다"며 고객사가 총 4곳으로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삼성SDI는 아직 완성차업체들과 공급 계약은 이루지 못했다. 대신 업계에서 첫 양산에 성공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전기차 업체와 프로젝트를 논의 중인 것을 밝힌 데 따라 선제적인 시장 선점이 가능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 유럽 완성차업체를 겨냥해 헝가리에 46 원통형 배터리 라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선제적인 양산이 시장 선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삼성SDI 측도 이번 양산을 두고 차별화된 제조 경쟁력과 품질로 시장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긴 하나 추후 전기차 수요 확대를 앞두고 46 원통형 배터리가 업계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으로, 2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저가형 전기차 위주로 수요가 있는 상황인데 한국 기업은 저가형에 잘 들어가지 않는 하이니켈 배러티를 주로 양산하기 때문에 당장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46 원통형 배터리 본격 양산이 반등 트리거라고 생각하며 그 시기는 2027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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