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만 제동 건 금감원에 주주 불만
대주주로서 적극성 없는 삼성전자에 불똥
“삼성전자가 흥행 주도해야”…“최소 손절 가능성 지워야”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삼성과 한화의 유상증자가 논란인 가운데 100% 참여율을 밝힌 한화와 달리 무소식인 삼성전자에 주주 불만이 번지고 있다. 대주주의 책임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오전 서초 삼성사옥 앞에서 삼성SDI 소액주주연대가 3차 트럭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후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참석해 피켓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유증 참여 발표에다 김동관 부회장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반발에 적극 대처하는 한화에만 금감원이 제동을 건 것에 불만이다. 상대적으로 삼성 측은 주주와의 소통이 부족해 금감원 유상증자 감독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약 2조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삼성전자가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데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는 유증 발행가가 확정되기 전 이사회에서 배정된 신주 모두 인수(100%)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자회사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됐다.
자연히 참여 발표가 없는 삼성전자에 불똥이 튀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이 19.58%에 불과해 참여하지 않을 시 경영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참여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한화와 달리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의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에 주주는 불만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5월 발행가가 확정된 후에야 참여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유증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대주주의 적극성이 요구된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가 높은 참여율을 밝히면, 삼성SDI의 이차전지 기술력이 증명되고 사측의 슈퍼사이클에 대응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라며 “저조한 주가만큼 유증 조달 자금이 쪼그라든 형편에서 대주주가 흥행을 이끌어야 자회사의 자금 조달도 수월해질 것 아니냐”고 따졌다. 사측이 밝힌 대로 배터리 기술력에 자신 있다면,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부터 100% 참여는 물론, 실권주도 추가 인수할 의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기업가치를 회복하면 주주가치에도 도움 줄 수 있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기업 전망까지 바꾸진 못한다. 때문에 외부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 감독기관인 금감원도 유증 전제로 주주와의 충분한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모회사가 유증에 불참해 의도적으로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낮췄던 사례도 있어, 주주들의 불안감을 낳고 있다. 한 주주는 “지분율 20% 미만으로 자회사에 대한 관계기업 지위를 내려놓으면 공시 의무가 완화되고 더 유연한 M&A 전략도 펼칠 수 있다”라며 “가뜩이나 유증 폭탄이 불만인데, 최소한 삼성전자가 손절할 가능성은 빨리 지워야 할 게 아니냐”라고 했다.
또 다른 주주는 “소통이 너무 없다”라며 “유증도 안 할 것 같이 얘기해서 맘 놓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100% 이상 참여율을 밝히면 유증 흥행에도 도움 되고 삼성SDI 주가의 바닥 신호로 읽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텐데 한화보다 훨씬 못하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