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세대 엑시노스 2600 준비 중이나 계획 차질 우려…2nm 수율 저조해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스마트폰 사업 수익성 확보 위해 엑시노스 부활 필수적
삼성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AI(인공지능)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가 흥행하면서 다음에 선보일 갤럭시 S26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갤럭시에 탑재할 자체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는 난항을 겪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역량을 바탕으로 차기 제품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할 엑시노스 2600을 2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수율 확보 과정에서 어려움을 마주한 상황이다.
3일 폰아레나에 따르면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의 2nm 공정 수율은 60~70%에 달하는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nm 공정에서 30%라는 저조한 수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nm 공정에서도 수율이 40~60%로 다소 저조하면서 TSMC에 고객사를 많이 뺏긴 바 있는데 2nm 공정에서도 밀릴 위기다.
실제로 낮은 수율로 인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고객사 이탈도 진행되고 있다. 구글의 경우 픽셀 10 시리즈에 탑재할 텐서 G5의 AP를 TSMC에 맡기기로 결정했으며 퀄컴 역시 가장 최신 AP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전환하는 대신 계속해서 TSMC와 협력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스냅드래곤 8 엘리트 AP는 갤럭시 S25 전 시리즈에 탑재된 제품이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 엑시노스가 탑재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매출 32억6000만 달러(4조7925억원), 시장 점유율 8.1%로 2위를 기록했다. 순위로는 2위지만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1.4% 감소했고 1위인 TSMC(67%)와는 60%p 가까이 차이난다.
또 이는 이번 갤럭시 S25 시리즈가 흥행하고 있음에도 수익성 약화라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전작인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일부 제품에 엑시노스 2400가 탑재됐는데, 갤럭시 S25 시리즈는 모두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탑재되면서 삼성전자의 AP 조달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갤럭시 S25시리즈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AP 탑재
AP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자 비용도 높은데, 퀄컴은 공정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매년 신제품 출시 때마다 전작 대비 가격을 최대 30%까지 인상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실적을 개선하고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 확대를 위해서는 엑시노스 2600 개발이 필수적이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스템LSI사업부 영업손실은 2조6450억원, 2025년 전체 영업손실은 6조241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과 수율 안정화에 따른 적자 축소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수율 확보가 어려운 탓에 엑시노스 2600도 제때 완성될 수 있을지 미지수로,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빠른 공정 수율을 확보해 엑시노스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앞서 갤럭시 S22 시리즈 출시 당시 탑재된 엑시노스 2200의 발열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 차례 신뢰도가 하락된 바 있는데, 이후부터 성능면에서는 퀄컴에, 성능 대비 가격면에서는 미디어텍에 밀리면서 수요가 부진한 흐름이 이어져왔다.
시장 점유율 확보도 미미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AP 점유율은 5%에 그쳤다. 지난 2022년 2분기(8%)보다도 하락했다. 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AP 점유율은 미디어텍 36%, 퀄컴 26%, 애플 18%, 유니SOC 11% 등 삼성전자와 격차가 컸다.
이에 일각에서는 엑시노스 개발을 기존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떼어내서 DX부문 MX사업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경쟁사인 애플처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직접 칩을 설계하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애플의 경우 퀄컴과 인텔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P를 개발해 아이폰에 탑재하고 있다.
엑시노스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를 놓고 삼성전자가 올해 초부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영진단을 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추측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개발 경험을 토대로 시스템LSI사업부를 AI 시대를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려는 계획을 공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LSI사업부, 엑시노스 2600 개발 위해 집중
삼성전자는 향후 AI 시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로봇, 드론, 온디바이스AI 등 SoC(시스템온칩) 개발에 시스템LSI사업부 역량을 집결한다는 목표다.
이에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가 만든 엑시노스를 갤럭시 제품에 쓰지 않는다'는 한 주주의 지적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은 "시스템LSI사업은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AI 시대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제품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부장은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SoC와 연산 기능을 연결하는 모뎀, 와이파이, UWB(초광대역 근거리무선통신) 등 시스템LSI사업부는 이런 제품을 단품이 아닌 온디바이스AI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위기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삼성전자 측은 엑시노스 부활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엑시노스 2600 성능 향상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으며 엑시노스 설계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무선주파수(RF)칩 전문가도 영입했다. 박찬홍 전 퀄컴 시니어 디렉터가 SoC사업팀 담당임원(부사장)으로 임명됐다.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라는 입장이다. 한진만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현재 GAA 기술 양산을 하는 곳은 삼성이 유일해 선단공정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수율을 빨리 올려 최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시기가 지연된 엑시노스 2500은 삼성전자 보급형 폴더블 모델인 갤럭시Z 플립 팬에디션(FE)이나 하반기 출시될 새 갤럭시Z 플립 시리즈에 탑재될 예정이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도 엑시노스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계획대로 엑시노스 2600 개발을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