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체제 전환 후 거버넌스 혁신
6년 만의 흑자 전환·재무구조 개선 성과
브랜드 신뢰 회복 위한 '제품 혁신' 대두
R&D 투자 확대·시장 경쟁력 강화 과제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 체제 전환 이후 1년여 만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인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지난해 6년 만의 흑자 전환을 이뤄내며 재무적 개선의 기반을 다졌지만, 완전한 회복을 위해선 브랜드 신뢰 회복과 시장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60년 가족 경영 체제를 청산한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 인수 후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홍원식 전 회장의 경영권 논란과 대리점 갑질 의혹 등으로 인한 소비자 신뢰 추락을 극복하기 위해 △준법경영 체계 강화 △공정거래 질서 확립 △청렴문화 정착을 3대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김승언 대표집행임원 사장은 “불법·비윤리적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며 컴플라이언스 경영을 강조하며, 협력업체와의 관계 재정립에 나섰다.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 체제 전환 후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통해 6년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하며 재무적 개선의 청신호를 보였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95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이 715억 원에서 105억 원으로 85.4% 개선됐고 당기순손실도 662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대폭 축소되며 사실상 적자 해소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3분기부터 분기별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4분기까지 연간 실적 개선을 이뤄낸 점이 주목받았다.
회사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2444억 원(-6.4%)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판관비를 104억 원 절감하는 등 원가 효율화 노력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3분기에는 매출 감소(-4.52%) 속에서도 영업이익 5억 원을 기록하며 20분기 만에 분기 흑자 전환을 달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간 기준 2019년 이후 첫 순익 흑자를 실현했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1.1%를 기록하며 완전한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과거 ‘불가리스 효과’ 논란으로 주력 제품군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소비자 접점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들어 ‘건강한 시작’이라는 새 슬로건과 CI(기업이미지)를 공개하며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맞춘 제품 라인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당 제로 발효유 ‘불가리스 제로’, 고단백 제품 ‘테이크핏 맥스’,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등 건강 기능성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품질 관리 측면에서는 천안신공장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생산 시스템 경쟁력을 입증했으나, 여전히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브랜드 선호도가 경쟁사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점이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김승언 사장은 “단순 디자인 변경이 아닌 체감 가능한 변화를 추진한다”며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을 강조했지만, 실질적인 신뢰 회복을 위해선 장기적인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유제품 시장의 성장 둔화와 원유·포장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남양유업에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부터 초코에몽·딸기에몽 가격을 200원 인상하는 등 원가 부담을 소비자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제품 라인 강화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다만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에서 서울우유, 매일유업, 롯데웰푸드 등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마케팅 차별화가 필수적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 패키지 도입과 탄소중립 공정 확대도 추진 중이지만, 유통 구조 효율화와 지속 가능한 원료 조달 체계 구축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제기된다. 특히 한앤컴퍼니의 PE(사모펀드) 특성상 중장기 투자 전략보다 단기 실적 압박이 가중될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경영 회복 여부가 △주력 제품군의 시장 점유율 상승 △신규 성장동력 발굴 △ESG 경쟁력 강화라는 3대 축에서 결정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현재 우유(맛있는우유GT)와 분유(아이엠마더)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화된 포트폴리오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발효유·가공유·건강기능식품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 이후 4분기까지 실적 개선 기조를 이어간 것은 고무적이지만, 완전한 정상궤도 진입을 위해서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분기별 흑자 전환 여부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언 사장은 지난 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제품 개발과 이미지 개선으로 정상화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으나, 유통 채널 확보와 해외 시장 진출 등 전략적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 관게자는 "과거의 오너 리스크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과정은 가족 경영에서 전문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상징적인 신호로 보인다"며 "신뢰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강화와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 확보가 완전한 경영 정상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