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관 사업목적에 수소사업 신규 추가
울산에 첫 수소연료전지 공장 건설 등 수소사업 박차
글로벌 수소차 시장 성장성 의문에 우려도 커져
수소차, 작년 전세계 판매량·현대차 판매량 20% 이상↓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넥쏘'.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넥쏘'.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발 관세 폭탄,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 '수소차'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내놓으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소차를 통해 친환경차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판매량 증가를 꾀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수소차의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뎌 의문도 제기된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사업 목적에 수소사업을 신규 추가했다.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해 수소차 산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친환경차 분야에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10년간 5조7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수소 산업 업계 최고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 아래 '수소차'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수소차 전환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며 지난달에는 현대차가 울산공장 내에 오는 2028년 양산으로 목표로 국내 첫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어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도 현대차의 대표 수소차 '넥쏘'를 전면에 내세우며 수소차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기존 넥쏘의 완전 변경 모델인 '디 올 뉴 넥쏘'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현대차는 올해 디 올 뉴 넥쏘를 출시해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상반기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북미와 유럽 시장까지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그간 12년 넘게 유지해온 글로벌 수소차 1위 사업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디 올 뉴 넥쏘의 주요 특징은 향상된 성능과 효율성으로, 1회 충전 시 650km가 넘는 주행거리에 150kW급 모터 출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또 개선된 연료전지 시스템을 통해 전작 대비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가격은 국내 기준으로 6000만원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소차 보조금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3000만원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의 수소차 사업 확대 행보는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본 결단으로 풀이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오는 2030년 수소차 시장이 431억 달러(62조7000억원)로 연평균 60% 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편으로는 전기차가 캐즘으로 판매가 주춤하는데 따라 친환경차 부문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보완하기 위해 수소차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일본 토요타그룹이 판매량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 판매된 하이브리드차 421만대 중 토요타 차량이 344만대였다.

토요타는 현대차보다 10년 이상 먼저 하이브리드 양산차를 내놓은데 따라 시장 경쟁력이 높다. 업계에서 올해는 토요타가 하이브리드차 500만대 이상을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15만대 정도로 그쳤다.

이에 정 회장이 수소차를 친환경차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점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모든 계열사의 수소 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에너지 수소 사업본부'를 신설했는데, 이는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는 기획조정담당 산하에 마련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30여 년간 이어온 수소 사업을 앞으로도 글로벌 제반 환경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유연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현대차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해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서 수소 생태계를 확장하고 동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이 같은 전략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수소차 판매량이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전기차보다 더 심각한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를 겪으면서 수소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수소 충전소는 211곳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수소차 총 판매량은 1만2866대로, 전년 대비 21.6%나 감소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넥쏘와 상용차 일렉시티를 주축으로 수소차 3836대를 판매했는데, 이도 전년 대비 23% 줄어든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는 현재 수요가 거의 없는 공급에 그칠 확률이 높다"며 "입법과 정책 등 측면에서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고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해도 기존 내연기관 및 전기차와 다른 부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유지 비용도 큰 편이라 당장에 수요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NE리서치는 관계자는 "수소차 충전 인프라 부족, 수소 충전 비용 상승, 한정된 수소차량 선택지 등이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현대차가 수소차 2위인 토요타와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수소차 활성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 회장은 토요타그룹 회장인 토요타 아키오와 두 차례 만나 수소차 관련 이야기를 논의한 바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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