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직격 수출업종과 내수업종 극명한 차이
트럼프 발 무역분쟁 장기화 전망…외교 리더십 부재 걱정
“트럼프에 협상카드 있지만 결재라인 멈춰”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트럼프 발 관세전쟁에 국내 증시가 증발했지만, 내수업종이 버티며 수출업종과 극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수출 대장주인 삼성그룹 시총이 45조원 폭락한 사이 한진, KT, CJ 등은 변동 없이 선방했다. 글로벌 무역 분쟁으로 공급망 단절이 불가피한 가운데 경기 방어 수단으로 내수업종이 부각된다.

8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시초가 기준 각 그룹 시총은 이달 1일 종가보다 폭락세를 보였다. 삼성이 해당 기간 541조원에서 496조원으로 45조원 감소해 금액 규모로는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SK가 30조원(219조원서 189조원), 현대차(136조원서 124조원)가 12조원, LG(139조원서 132조원)가 7조원씩 줄었다. 비율로 보면 SK와 두산(29조원서 25조원)이 13%대 감소율로 낙폭이 큰 편이다.

트럼프는 지난 4월 3일 새벽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다.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받는 철강, 알루미늄, 차, 반도체엔 상호관세를 추가하진 않지만, 개별 품목관세가 이미 25%씩 적용됐거나 예고됐다. 이에 국내 수출업종 위주의 기업집단이 대부분 주가 하방압력을 받았다.

반면 한진, KT, CJ는 같은 기간 시총에 큰 변동이 없었다. 한진은 16조원, KT, CJ는 13조원 시총을 지켰다. 아무래도 내수업종 중심인 그룹 사업 성격이 관세 영향에 덜 민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업종 역시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소비 경색,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등에 노출돼 있지만 관세 폭탄을 직격으로 맞은 수출업종에 비해선 피해가 간접적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를 쉽사리 철회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역 분쟁이 장기화할 전망인 가운데, 국내 수출업종은 미국 현지 투자 또는 시장 다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또 현지 투자는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를 낳고 있어, 시장 다변화가 국가 경제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그 속에 폭등한 원·달러 환율은 가격경쟁력을 향상해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내수 면에선 환율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지만, 저렴한 원화 덕분에 국내 관광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해져 공급망이 단절될 위험성을 고려하면, 내수시장을 부양해 경제 체질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면에선 트럼프와 무역 협상을 위한 대통령 리더십이 부재해 대응이 부실할 것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중국처럼 보복관세 맞불을 놓기도 어려운 한국으로선 미국에서 수입을 늘리는 조건의 협상이 유효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지배적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협상카드를 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계엄 이후 결재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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