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배당금 지급으로 재무건전성 악화
차입매수로 인한 홈플러스 악몽 재현 우려
MBK파트너스가 2023년 2조4000억원에 인수한 구강스캐너 전문기업 메디트(Medit)가 2년 연속 적자 기록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에게 900억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지급하며 차입매수(LBO) 관련 리스크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MBK의 과도한 차입금 상환 압박이 메디트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이와 유사한 사례로 꼽히는 홈플러스 인수 실패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메디트는 MBK 인수 이후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영업적자 53억원, 당기순손실 23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인수 전인 2022년 대비 매출이 반토막나며 발생한 구조적 경영 악화의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딜러망 재편 지연과 일회성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핵심 기술력인 3D 구강스캐너 시장 점유율(24%)은 유지 중이다.
문제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MBK가 주도한 중간배당이 강행됐다는 점이다. 2023년 말 2405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2024년 1073억원으로 55% 급감했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1426억원에서 683억원으로 쪼글아들었다. 이는 메디트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상당 부분이 배당금으로 유출된 결과로, MBK가 인수 과정에서 조달한 1조원 규모 차입금의 이자 부담(연간 약 630억원)을 상환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MBK는 메디트 인수를 위해 디지털덴티스트리솔루션홀딩스를 설립하고, 99.46% 지분을 보유한 뒤 약 9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실행했다. 이는 전체 인수 대금의 38%에 해당하는 차입금으로, 연 7%의 이자 부담을 안게 되면서 배당을 통한 현금 회수 전략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2010년대 홈플러스 인수 당시 차입매수로 인한 부채 부담이 경영 실패로 이어진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당시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과도한 차입금 이자 상환 압박으로 인해 경영 개선에 집중하지 못했고, 결국 매각을 선택해야 했다. 메디트 역시 인수 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홈플러스 사태의 재현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메디트는 글로벌 3D 구강스캐너 시장에서 알라인 테크놀로지(21%), 3Shape(20%)와 함께 3위(24%)를 차지하며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특히 광학 기술과 소프트웨어 결합을 통한 가격 경쟁력(경쟁사 대비 50% 저렴)이 강점으로 꼽혔으나, MBK 인수 후 딜러망 재편 지연과 신제품 출시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트의 기술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차입매수로 인한 재무 압박이 경영 개선을 저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배당 중단과 영업 효율화를 통한 현금흐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MBK와 메디트 측은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아 향후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MBK의 '알짜 빼먹기' 전략이 장기적인 기업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메디트는 글로벌 시장 성장세(연평균 24%)와 기술 우위를 고려할 때, 단기적인 현금 회수보다는 R&D 투자와 시장 확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와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가 예상되는 만큼, 기술 격차 유지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MBK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 착수했다. 차입매수 과정에서의 단기채 사기발행 의혹과 홈플러스 정산대금 지연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며, 이번 조사 결과가 메디트 사태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메디트가 배당으로 인한 현금 유출이 지속된다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업계는 MBK가 홈플러스 사태와 함께 메디트의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절차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