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DIP 보증 vs 2조6000억 부채.. '현금 無' 지원 논란
1000억 지원으론 '태부족'.. 정치권 '조 단위' 추가출연 압박
법적책임 회피 전략 의혹 속 ABSTB 투자자 등 불안감 고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 출연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와 관련한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발표했지만, 이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
김 회장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위기 해결을 위해 600억 원 규모의 DIP(Debtor in Possession)파이낸싱 보증과 수백억 원 사재 출연(총 1000억 원)을 발표하고 나섰으나, 정치권·금융계·노동조합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에 휩싸여 있다. 이번 지원 조치가 홈플러스의 생존을 위한 실질적 구제책인지, 아니면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전략적 행보인지에 대한 의혹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큐리어스파트너스로부터 연 10% 고금리 조건의 600억 원 대출을 추진 중이며, 김 회장이 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기로 했다. 이 자금은 주로 소상공인 미정산금 해결에 투입될 예정이지만, '빚으로 빚을 갚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홈플러스의 총 채무가 2조 696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600억 원 대출은 단기 유동성 지원에 그칠 뿐 근본적 부채 해결과는 거리가 먼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DIP파이낸싱은 회생기업에 운영자금을 공급하는 구제금융 수단이지만, 홈플러스 사례에서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기존 채권자의 변제순위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이에 채권단과 법원의 승인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김 회장의 보증이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 중이다.
김 회장의 지원금 중 상당 부분이 현금이 아닌 '보증' 형태라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600억 원 DIP파이낸싱 보증은 실제 자산 처분 없이 신용만 제공한 것에 불과하며, 수백억 원 사재 역시 기존 채권 상환에 우선 투입되지 않아 실질적 기여 여부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노동조합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 투입 없이 보증서 한 장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치권과 채권단은 홈플러스 피해 규모가 최소 수조 원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 단위' 사재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회생기업 평균 DIP파이낸싱 규모(45억 원)를 크게 상회하는 600억 원 대출조차도 총 채무 대비 2.2%에 불과한 점이 이를 부각시킨다.
또 김 회장의 조치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한 채 단기 자금 조달에 집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홈플러스가 발행한 ABSTB(자산담보부단기사채)의 불완전 판매 논란과 관련,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정확히 고지하지 않은 혐의가 검토 중이다.
DIP파이낸싱 보증은 회생 절차 완료 후 채무 불이행 시 김 회장의 개인 재산까지 추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구조에서는 단기 유동성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김 회장을 홈플러스 관련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김회장은 "개별 포트폴리오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출석하며 책임 회피 논란을 가속화했다. 이에 정치권은 "미봉책"이라 비판하며 추가 사재 출연을 촉구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조사가 본격화하면 법적 책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김 회장의 경영 책임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시 민형사상 책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점을 들어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특히 ABSTB 판매 과정에서의 불완전 정보 공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자본시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대형 M&A 과정에서의 투명성 결여와 이해관계자 보호 장치 미비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며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이 진정성 있는 구제책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전략으로 남을지 여부는 향후 금융당국과 사법부의 판단에 달렸다"고 짚었다.
홈플러스의 회생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고금리 대출 부담과 총 채무 규모를 고려한다면, 단순한 유동성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의 추가 책임 이행 여부와 함께 기업 회생을 위한 근본적 구조 개혁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홈플러스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에 휩싸인 채 남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