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증 축소·승계 논란 종식…현지화 위한 투자 집중
시민단체 이어 정치권까지 비판 가세…유증 성공 여부 주목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실시하는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3.6조원에서 2.3조원으로 줄이는 등 수습에 나섰으나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산 사업 훈풍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한화가 유증을 무사히 진행하고 목표한대로 방산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62% 상승한 7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 중으로,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주)한화 지분 증여 발표로 승계자금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고있다. 

처음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발표한 규모에서 1조3000억원을 줄인 2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정정했다.

이와 함께 한화에너지와 자회사 3사가 참여하는 1조3000억원 수준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할 때 들인 금액이 1조3000억원으로, 이를 도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돌려놓는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달 처음 유증 발표 이후 주주들 사이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과 '주주가치 희석' 등의 문제로 논란이 거세지고 처음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금융감독원도 "주주 소통절차 등 기재가 미흡하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제동이 걸린 데 따른 조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유증 규모를 줄이면서 주주배정 증자비율은 9.36%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주주가치 희석도 종전 약 13%에서 약 9%로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 사장은 "2조3000억원으로 유증 금액이 줄어들면 주주가치 희석도 약 9% 수준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증 실행시 예정발행가액에 할인율 15%를 적용하기로 했으며 한화에너지 등 3사는 할인율 적용 없이 유증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정신고서를 이미 금감원에 제출 완료한 상태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계속해서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감원 측 역시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정합성을 갖추면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화에어로 목표 '적기 투자', 가능할까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의 목소리들이 거세면서 한화에어스페이스의 투자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조기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인 사안으로도 흘러가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공동 주최로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좌담회가 진행됐다. 여기에 범야권 정치인 다수가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 문제를 정치인들까지 살펴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투자가 간절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럽, 미국 등에서 방위비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올해 가이던스로는 매출 30조원과 영업이익 3조원을 제시한 상태지만, 각국에서 방산 블록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현지 공략'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안 사장은 "폴란드 전차, 자주포, 미사일을 한국업체가 전부 공급했다는게 퍼져서 유럽 업체들이 품질로 따라잡기보다 블록(장벽)을 쳐서 비유럽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유럽 진출을 위해 현지화가 필수다. 이번 유증은 현지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에서는 K9 자주포가 호평을 받고 있는데다 현재 미국이 관심을 높이고 있는 탄약까지 수출하겠다는 전략도 내세웠다.

안 사장은 "미국은 휠(바퀴)형 자주포를 선호한다. 휠형 자주포을 자체 개발해 내년 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 국방부에서 보고 갔는데 호평했고, 자동화된 K9A2 무기도 정부와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함정 등 조선 분야도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 설명이다.

안 사장은 "미국은 자국 내에서 배를 건조하고 자국인으로 승무원을 채용하도록 하는 존스법에 따라 국내 상선 수출이 막혀 있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다른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투자 금액은 11조원 규모인데, 유증으로 일부만 먼저 조달하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훈풍이 예상되는 방산 분야에서 적기 투자를 진행해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시장 전망은 밝은 상황으로, 올해 1분기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실적이 예고된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년 동기 대비 1173.5% 급증한 47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2~3년간 확보한 수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과 검증된 품질을 갖춘 국내산 무기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며 "동유럽 국가들의 평균 국방비를 고려했을 때 국내 방산 업체들이 향후 5년간 확보할 수 있는 잠재적 시장 규모는 최대 849억유로(약 13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방산·조선 부문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 시점을 놓치지 않겠다는 회사의 절박함이 잘 드러났다"며 "유상증자 구조 변경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상법개정안'과 맞물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을 직접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유증 추진에 난항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해 방산분야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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