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위 LNG 가스관 설치…참여 기업들 막대한 비용 우려
화석연료 프로젝트 신용제한 OECD 협상엔 한국이 거부
LNG발전 쓰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허가무효 소송에
RE100 가입한 삼성전자, 해외사업장은 신재생 100% 전환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정부의 기후정책이 각종 기업 현안과 충돌하고 있다. 미국 관세 협상 방안으로 제기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관은 투자 기업의 재정 문제로 비화될 염려가 생기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노선에서 화석연료 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국내 수출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이다. 정작 주요 수출기업들은 글로벌 이니셔티브(선제적 기후 전략 행동) RE100(신재생 100% 사용)에 가입 중이라, LNG에 쏠린 정부 정책과 괴리도 보인다.
◆관세 받고 LNG 주나
16일 업계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가스관 프로젝트는 초기 사업비만 64조원, 공사기간은 10년이 걸릴 전망이다. 당초 엑슨모빌과 브리티시페트롤리움이 참여했다가 개발지 동결 문제 탓에 사업성이 없어 철수했다. 따라서 국내 업계에서도 알래스카 LNG 협상에 대한 걱정의 시선이 있다. 새 정부 출범을 불과 2개월여 앞둔 상태에서 관세 때문에 무리한 외교 협상을 시도하다 또 다른 재정 부담이 생길 것 등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 프로젝트엔 한국가스공사, 포스코인터내셔널, SK이노베이션 등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적자를 보거나 재무상황이 좋지 못한 기업들이다.
정부는 2024년 녹색산업에 452조원 규모 지원을 약속했었다. 실제 이행은 화석연료 산업 지원에 몰렸다. 2024년 수출입은행 기후정책금융 친환경선박 지원 자금은 최소 74%(5.2조원)가 LNG선 등에 집중됐다.
2024년 OECD 수출신용협상은 한국이 화석연료 제한을 반대해 결렬됐다. OECD 회원국들이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신용 지원을 제한하려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과 튀르키예가 이러한 제한에 반대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 협상은 2021년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한 수출신용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확장해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도 제한하려는 시도였다. 한국은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주요 공적 금융지원국 중 하나다. 이러한 제한이 국내 조선업 등 경제적 이해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OECD 회원국들 간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차질이 생겼으며,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이어졌다.
◆새로 써야 할 기후대책
새 정부 출범 직후 한국은 중대한 기후정책 과제에 직면한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정부가 섣불리 의사결정할 경우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6년 2월까지 2031~204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경로 계획을 수립(입법화)해야 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상향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국가결정기여(NDC) 목표도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정부 아래 출범한 2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관료조직화돼 시민단체, 청년, 농민, 여성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변할 구성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는 6월까지 배출권거래제 4차 할당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상향된 NDC 감축목표에 근거한 배출허용총량 설정이 필요하다. 정부가 작년에 내놓은 4차 계획 방향성엔 BM할당(벤치마크 할당) 적용 범위 확대 내용이 담겼다. BM할당은 업종별 배출권을 할당해 업종 내 우수 기업에 메리트가 생긴다. 기업 자체 배출보다 업종 비교를 우선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식은 기업이 배출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 BM할당은 12개 업종이다. 정부는 4차 계획 방향성에 연료,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 업종 추가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배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용인에 짓는 반도체 공장은 시민단체로부터 무효 소송이 걸렸다. 정부와 사전 조율 끝에 LNG발전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승인 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행정법원에 냈다. 제소된 피고는 국토교통부다. 지난 3월5일 소장이 법원에 접수돼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수출 확대를 위해 RE100에 가입했으며, 이로써 LNG 사용을 줄여야 할 과제도 있다. 일례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는 LNG 감축 계획을 직접 언급했다. 삼성SDI는 “기후 위기 대응 측면에서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라며 “2050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LNG 사용을 줄이거나 효율화해 온실가스의 직접 배출을 절감할 것”이라고 최근 공시했다.
RE100을 주도하는 애플 등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역시 가입했다. RE100 이행을 위해 “2050년(DX 부문은 2027년) 글로벌 사업장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공시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용인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한 칩은 애플 등에 팔지 못할 것이며, 고사향 최첨단 칩 생산은 신재생 100%인 해외 사업장에 이전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