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공세, 국내 음극재 산업 위기.. 정부 보조금 긴급 투입
포스코퓨처엠, 아프리카산 흑연 도입·원가 절감으로 '회복' 준비
중국 업체들이 낮은 가격과 막대한 물량으로 글로벌 음극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음극재 필수 소재인 흑연과 관련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국내 유일 음극재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도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추가경정 예산안 설명 자료를 통해 "비축, 수입선 다변화가 어려운 고위험 경제안보 품목의 국내 생산 보조 사업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지원 대상 품목에는 음극재 필수 소재인 '흑연'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생산 원가와 수입 단가의 차액을 올해부터 2년간 70% 한도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신규 배정된 올해 예산안은 총 146억원이다.
'흑연'은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재료다. 다만 중국이 천연 흑연부터 인조 흑연까지 막대한 물량을 생산하면서 전 세계 음극재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형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대표 배터리 3사는 대부분 중국 기업들로부터 음극재를 조달하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국내에서 유일한 음극재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으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조성하는 중인 소재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 계열사로, '탈중국' 흑연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중국산 천연 흑연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음극재를 가공해 완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향후 아프리카산 흑연의 도입·가공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집중하는 중이다. 본격적인 가동 시점은 2027년이다.
다만 아직 이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천연 흑연 기반 음극재 완성품을 1kg당 2달러대에 팔고 있는데, 이는 포스코퓨처엠의 공급가보다 40~50%나 낮은 수준인 탓이다. 이에 중국의 음극재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하는 상황이다.
반면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외 고객의 주문 감소로 천연 흑연 기반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는 세종 공장의 가동률이 최근 30%대에 머물러있는 상태다.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사업 매출은 1543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손실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출도 지난 2022년(2163억원), 2023년(2217억원)에 비하면 30% 이상이나 감소한 규모다.
물론 포스코퓨처엠도 지난해 말 기준 음극재 제조원가를 기존의 44% 수준으로 낮추는데 성공하고 2027년까지 30% 추가 절감한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지만,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성장폭이 다소 줄어든 상태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를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음극재 판매 가격이 원재료 가격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어서 중국 정부 차원의 보조금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한국도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에 정부가 지원 결정을 내린데 따라 위기인 포스코퓨처엠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핵심 품목 공급망 안정 예산 중 국내 생산 비용을 보조하는 경제안보 품목 예시에 무수불산과 흑연이 포함돼 정부안대로 통과된다면 당사 음극재 사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점은 포스코퓨처엠을 둘러싼 음극재 시장도 다소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내년 말까지는 탈중국 음극재 공급선을 확보해야 하는 게 북미 배터리 밸류체인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산 제품에 145%의 총 관세율을 적용하고 그 외 국가들에는 10% 기본관세만 부과하고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퓨처엠도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