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연구원이 하이비차저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을 시연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 연구원이 하이비차저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을 시연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가 ES(에코솔루션)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완속·급속 충전기 등의 제품을 개발 및 출시해왔으나 시장의 성장 지연과 가격 중심 경쟁구도 심화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사업재편 차원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 종료에 따라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온 구성원 전원은 LG전자 내 타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된다"고 밝혔다. 

그간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했던 자회사 하이비차저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LG전자는 사업 종료 후에도 공급처 대상 유지보수 서비스는 차질 없이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ES사업본부는 향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HVAC(냉난방공조)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관련 핵심역량을 활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접 영역에서 사업기회를 확보하는 한편 미래 신성장 동력도 발굴해 나가겠다는 목표다.

한편 LG전자의 이 같은 조치는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대적인 육성을 알렸던 BS사업본부를 지난해 ES사업본부로 재편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현 하이비차저)를 인수하고 중소기업 스필에게서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업까지 사들이면서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당시 범LG가(家)인 GS그룹과도 손을 잡아 주목 받았다. GS그룹의 주유소 등과의 시너지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이비차저 지분은 LG전자가 60%, GS계열이 40%(GS에너지 34%·GS네오텍 6%)를 각각 보유하는 구조였다.

이어 LG전자는 1년 뒤인 2023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매출 100조원의 비전 달성을 위한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꼽으면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1조원 이상으로 빠르게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평택 디지털파크에서 행사를 열고 오는 2030년 BS사업본부에서만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알린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는 등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더딘데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는 등 전기차 충전기 시장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붙게되자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빠르게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하이비차저의 실적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사업 첫 해인 2022년 매출 130억원에서 2023년 매출 5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은 2년째 적자로, 2023년 영업손실 7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했다. 

하이비차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GS그룹 역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상태로, 지난해 (주)GS 사업보고서에서는 사실상 하이비차저 지분 가치가 '0원'으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GS그룹은 전기차 충전기 제조 사업만 청산하고 GS차지비 중심으로 충전기 인프라 사업은 유지할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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