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포스코와 철강·이차전지 협력 추진…재무부담 완화·배터리 내재화 가속
삼성과 로봇 배터리·전장 동맹, 日 토요타그룹과 수소차 동맹 등 합종연횡 활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다른 대기업들과의 동맹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경쟁상대를 동업자로 포용하며 시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어 '상생'의 효과를 최대치로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전날 포스코그룹과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양사의 협력의 핵심 내용은 포스코그룹이 현대차그룹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지분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 1,2위로 '경쟁자'였던 양사가 미국 트럼프발 위기와 중국 기업들의 굴기 등에 맞서 '동업자'로 돌아선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일찍이 철강 자회사 현대제철을 필두로 미국에 총 58억달러(8조2209억원)를 투입해 미국 제철소 구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폭탄이 미국 투자로 이어졌다. 여기에 철강산업 양강인 포스코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수조원이 들어가는 거대 프로젝트인 만큼 포스코그룹이 힘을 보탠다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재무 부담이 줄어들고 미국 내 철강 산업 입지 구축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철강 1,2위를 다투는 국내 기업들 간의 시너지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산업의 경우 미국 관세 문제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대량 생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환경 규제 강화,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큰 문제인 상황인데, 양사의 협력으로 수익성 개선 방안 모색에 힘이 붙을 전망이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은 포스코그룹과 전기차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현대차그룹이 자체 배터리 개발 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경쟁력이 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해외 염호(鹽湖)와 광산에 대한 소유권,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배터리 원료인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태며 이차전지 소재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을 통해 국내외에서 배터리 소재인 양·음극재를 활발히 생산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사실 현대차그룹이 경쟁사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현대차와 기아는 삼성SDI와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현대차는 삼성전자와 차량용 반도체 개발 및 생산에 협력하기로 했으며 기아는 PBV(목적기반차량)에 삼성전자 AI B2B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프로'를 연동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의 경우 향후 성장세가 기대되는 로봇 시장에서의 경쟁상대임에도 고성능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구현에 필요한 배터리 개발에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들도 점차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를 위협해오자 이를 앞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정교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고성능 전원이 필요한데, 이에 따라 배터리는 고에너지 밀도, 고안전성, 빠른 충·방전, 경량화, 소형화 등이 필요해 초격차 기술력 확보가 필수다.

또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부품, 차량용 반도체 등 기존 주력 분야에서도 상대 기술력 도입에 적극적이다.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기술력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장 기술력까지 흡수해 전동화 전략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올해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사업 분야에서도 경쟁상대와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일본 토요타그룹과 수소 분야 협력을 약속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정의선 회장은 일본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업십(WRC)'에서 토요타그룹의 토요타 아키오 회장과 직접 만나 수소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소차 분야 1,2위인 현대차그룹과 토요타그룹이 손을 잡으면서 시장 확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정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수소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혼자서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 개척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소차의 경우 전기차 보다 보급률이 낮고 충전 인프라도 미약한 탓에 아직까지 수익성 담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소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시장이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경쟁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는 지난해부터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은 상태로, 향후 현대차그룹이 △GM의 미국 생산기지 활용 △소형 픽업트럭 시장 진출 등을 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퍼스트 무버' 전략이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쟁을 통해 상대를 제치는 것보다 상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본래 경쟁상대였던 만큼 동업 시너지를 제대로 내는 것이 관건일 전망이다. 앞서 일본의 닛산과 혼다 자동차도 경쟁사이임에도 각자의 이득을 위해 합병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이해관계 충돌로 와해된 바 있다.

또 75년간 동업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우 각 사 경영진의 시각 차이로 갈등이 발생 중인데, 이 갈등으로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계약 관계를 끊으면서 영풍의 황산 처리 사업 등이 위태로운 상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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