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 공약
현대차와 LG전자, 인도 상장은 구주매출만
상법 개정 재추진 공약도…중복상장 이슈 상존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상법 개정 및 쪼개기 상장 방지 공약을 발표하면서, 자회사나 손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려던 재계 동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쪼개기 상장 방지 공약은 구주매출 방식의 상장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LG전자와 현대차 인도 법인 상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매출만으로 상장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최근 중복 상장 계획이 알려진 SK, HD현대, LS 등은 이 공약의 영향을 고려해 상장 추진 속도를 조절할지 주목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인도 상장 심사 당국에 제출했던 상장 예비설명서 초안(DRHP)을 보면,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매출만으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13일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로부터 기업공개(IPO) 승인을 받았다. 정확한 공모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2025년 중반 상장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의 일반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주매출만 하는 경우 효력이 없다.
앞서 현대차도 인도 상장 시 구주매출만 했다. 인도법인 지분 100% 중 17.5%만 매각해 82.5%의 지배력을 유지했다. 인도법인이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현대차 본사의 수익 실현이 목적이었다. 현대차가 높은 수준의 지배력을 유지한 이유는 인도 자본시장의 까다로운 규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인도 증권시장은 소수주주동의제(Majority of Minority)를 도입하고 있다. MOM은 주주총회 안건이 대주주와 이해관계 있으면,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다. 그 때문에 현대차는 인도법인에 대해 지분율을 높게 유지할 유인이 있었다.
LG전자 역시 구주매출만 추진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지 법인 투자 확대보다는 본사에 자금이 필요한 동기가 크다. 이와 관련 LG전자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는 장기간의 영업 적자로 유동성 확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사업도 철수키로 하는 등 사업확장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미국 트럼프 관세와 국내 상법 개정 이슈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LG전자가 인도법인 상장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베트남 등 일부 현지 언론에서 LG전자가 동남아 대신 미주 생산 이전을 추진할 거란 보도가 나오는 배경과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재계에서는 SK엔무브와 HD현대로보틱스, LS파워솔루션 등이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또 다른 중복상장 이슈가 불거졌다. 중복상장은 모회사의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외부 자금을 조달할 효과적 수단이 된다. 모회사가 직접 유상증자 등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방어하려면 직접 증자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모회사의 일반 주주들은 자회사의 중복 상장으로 인해 해당 사업 부문의 가치가 모회사와 분리돼 모회사의 자산 가치가 저평가될 것을 우려한다. 이는 주주들이 모회사를 통해 누릴 수 있었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자회사의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완전자회사의 경우, 중복 상장 시 배당금이 희석돼 모회사로 100% 이전되지 못하게 되므로, 모회사 주주들의 권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신주발행이나 구주매출을 통한 중복상장 또는 쪼개기 상장 모두 상법 개정 이슈에도 얽혀 있다. 상법 개정 시 상장을 위한 이사회 의사결정이 회사이익과 더불어 주주이익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내걸고 있어, 재계에서 막차를 탈 움직임도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