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앓으며 10년 뇌병변 간병했으나 분노 못 참고 범행...아버지는 숨져
재판부 “죄질 불량하나 중증도 정신지체와 누나의 선처 탄원 고려”

(사진=법원 로고)
(사진=법원 로고)

조현병을 앓으면서도 10년 가까이 홀로 아버지를 간병하다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버지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존속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24일 새벽 부산 동구의 주거지에서 80대 아버지 B씨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중증 조현병과 정신지체 장애 2급을 앓고 있던 A씨는 2004년부터 누나가 취업해 타지로 떠난 이후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해 왔다.

아버지인 B씨가 2015년 뇌병변으로 쓰러진 후에도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요양보호사와 함께 B씨를 간병했다.

사건 당일 A씨는 컴퓨터 게임 문제로 아버지와 다툰 뒤 B씨가 "게임을 그만하라"고 말하자 이에 격분한 A씨는 B씨를 밀치고 수차례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피고인이 조현병 등으로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랜 시간 피해자를 간병해오며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었던 만큼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다"며 "죄질이 불량할 뿐 아니라 결과 역시 윤리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 범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중증도의 정신지체 등으로 인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A씨의 누나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는 피해자의 간병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판시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부산=이효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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