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 중국발 저가공세 등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2757억원
미국의 중국산 제재 가능성 높아져 반사이익 기대감↑…현지 업체와의 경쟁 관건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전경. 한화큐셀 제공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전경. 한화큐셀 제공

최근 승계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방산, 조선 등 그룹 핵심 사업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태양광 사업에서도 재도약의 성장세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변수인 상황에 태양광 산업 호재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김동관 부회장이 오랜 기간 공들여온 사업으로, 에너지 부문 중간 지주사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문인 한화큐셀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 수요가 높은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다.

다만 태양광 사업이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판매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지난해부터 실적이 다소 부진한 상황이 나타났다. 지난해 태양광을 포함한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연간 영업손실 2757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 장악력이 높은 상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7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등 중국과 관련한 태양광 사업 분야에서의 제재가 예상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1일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생산된 태양광 셀과 패널에 대한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를 조사한 결과, "중국 보조금을 받은 동남아 4개국에서 수입된 태양전지가 미국 시장에 덤핑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시장 왜곡,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덤핑 관세는 6.1%에서 최대 271.28%, 상계관세는 14.64%에서 최대 3403.96%까지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는 6월 2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미국 내 산업 피해가 있다고 최종 결정하면 해당 관세 부과가 공식적으로 실시된다.

이같은 결정은 미국 태양광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미국 태양광 제조업 무역동맹 위원회'의 청원에 따른 것이다. 해당 위원회에는 한화큐셀 미국법인인 한화큐셀USA도 포함돼 있다. 이들 청원은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 국가를 통해 우회 수출하면서 미국 태양광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질 경우 해당 빈 자리를 한화가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화의 경우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북미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강점을 확보할 가능성도 크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미국에 생산라인을 갖춘 한화솔루션에 보다 나은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고 짚었다.

한화는 2023년 조지아주 달튼에 2공장 모듈을 증설한데 이어 지난해 카터스빌에 모듈 공장을 증설했다. 해당 모듈 공장은 이미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으며 올해는 카터스빌에 잉곳·웨이퍼·셀 등 생산라인을 모두 완공해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에서 태양광 산업 수직계열화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중국산 수출이 막히면서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쌓이던 미국 태양광 시장의 업황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수입 감소 등으로 올해부터 태양광 모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모듈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모듈 가격이 상승하면서 본격적으로 한화솔루션의 실적 개선이 나타날 전망"이라며 "늦어도 관세 발효 시점인 6월 9일부터는 미국 모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영환경이 우호적으로 급변하면서 한화솔루션의 실적 개선이 더욱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는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가격 반등을 통해 흑자를 거둘 것"이라며 "태양광 모듈가격 인상에 더해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금액이 2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부터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한화솔루션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태양광 사업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매출 1조5992억원, 영업이익 136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 대부분이 미국 기업을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태양광 제품들의 퇴출은 한화 입장에서 반가운 상황이지만 기존에 미국 내 영향력 있는 태양광 기업들의 공세가 강화될 수 있다. 정책의 변동성이 커질 확률도 높다.

대표적인 기업인 퍼스트솔라는 미국에서 매출의 90% 이상을 내고 있는 만큼 중국산 빈자리를 더욱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퍼스트솔라는 미국 내 태양광 산업 수직계열화를 이룬 상태로, 중국산 관세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 이밖에 미션솔라, 콘발트, 스위프트솔라 등 다수 기업들도 경쟁에 참가할 전망이다.

이에 연내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솔라 허브의 빠른 구축이 김동관 부회장의 가장 큰 과업으로 꼽힌다. 현재 한화는 미국 가정용 태양광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로 1위를, 상업용 시장에서도 약 1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솔라 허브를 통한 미국 현지 생산능력 확충을 통해 미국 산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더욱 주도권을 잡아야 할 전망이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전력 서비스 사업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중요한 지점이다. 한화는 현재 모듈 생산을 넘어 주택에 태양광 모듈과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고 설비를 대신 운영하는 전력 플랫폼 사업을 전개 중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은 모듈, EPC, 금융 등 태양광 가치사슬의 다운스트림(발전) 영역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재생에너지 플랫폼 사업자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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