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경제사절단 단장으로 참석
한국 경제계가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을 만나며 네트워크 강화 및 양국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교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인도네시아에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28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오는 29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단장으로 한 국내 주요 기업의 고위급 경제 사절단을 파견했다.
사절단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신정부 출범 후 파견된 첫 경제 사절단으로, 한국 경제계 차원에서 처음 이뤄지는 공식 교류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단장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김승주 SK플라즈마 사장, 천성래 포스코홀딩스 본부장,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이헌 삼성전자 부사장, 허진수 SPC그룹 사장 등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주요 기업들의 고위급 기업인 24인이 참여했다.
사절단은 이날 오전 메르데카 대통령궁에서 프라보워 대통령 주최로 열린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한국 경제계는 프라보워 대통령이 중점 육성 중인 다운스트림(원자재 가공) 산업,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인도네시아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절단 소속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 이미 총 270조 루피아(23조원) 규모의 투자를 완료했으며 첨단제조업, 광물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한경협은 자카르타 랭햄 호텔에서 인도네시아경영자총협회(APINDO·인니경총)와 공동으로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도 진행했다.
신 회장은 BRT 개회사에서 "아세안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한국 기업의 핵심 파트너"라며 "한국 기업은 인도네시아가 자원 중심 경제에서 가치 창출 경제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동반자"라고 말했다.
신타 캄타니 인니경총 회장은 "앞으로도 인니경총과 한경협은 고위급 교류를 통해 역내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대응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BRT에서 한국 기업들은 토도투아 파사리부 인도네시아 투자부 차관과 면담했다.
사절단은 지난 2023년 한국의 대인도네시아 직접투자가 22억8000만 달러(3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54.3%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점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의 원활한 경영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또 지난 2월 출범한 국부펀드 '다난타라'와의 협력 방안을 인도네시아 정부와 논의했다. 다난타라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경제 구상 실현을 위한 플랫폼으로, 프라보워 대통령은 국가 핵심 프로젝트에 200억 달러(28조8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사절단은 경제조정부, 산업부 등 주요 경제 부처 장관들에게 한국 기업의 애로 및 제도 개선 건의사항도 전달했다.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통해 원산지 증명 방식이 완화되었는데도 남아 있는 할랄 인증 의무화, 전자상거래 판매 규제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에 대한 개선 요청이 담겼다.
또 지난 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무역정책에 따라 인도네시아산 수입품 관세를 32%까지 높인 점과 관련해 현지 한국 기업들이 고율 관세를 적용받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적 조율과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 기업들이 아세안 거점인 인도네시아 공략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가 세계 4위 인도 대국이면서 중산층을 기반으로 내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등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신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대신할 시장으로 한국 기업들이 낙점한 상태다.
이번 경제사절단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더욱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991년 현지에 제조법인을 설립한 이후 꾸준히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전개해왔다.
지난 2012년에는 인도네시아 연구소를 설립해 현지 맞춤형 모바일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현지에 스마트폰 및 태블릿 공장을 설립하면서 인도네시아 내 생산 역량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12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수출하면서 10년 가까이 인도네시아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증가하고 있는 프리미엄 가전 수요에 힘입어 가전 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앞서 지난 2022년 3월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투자에 나섰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수소 생태계 조성 사업을 꾀하는 중으로,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 및 국영 에너지 기업 테르타미나홀딩스와 함께 인도네시아 '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 계획을 공개한 상태다. 이는 현대차가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소 생산 실증 모델을 해외로 확장한 첫 사례다.
포스코 역시 인도네시아 주요 거점에 철강 생산기지를 설립하는 등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제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왔으며 상사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에서 GS칼텍스와 합작으로 팜유 정제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