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손해배상 피소…원고 533명, 소가 100억원대
현대트랜시스 임금 소송 피소…원고 1184명, 소가 100억원대
2건 모두 우발채무에 구체적 공시하지 않아…“법률 위반, 신뢰 문제”

현대차 본사 빌딩. 사진=뉴스1
현대차 본사 빌딩. 사진=뉴스1

현대차에 임금 관련 소송이 줄을 잇는다. 취업규칙 변경 사건의 대법원 파기환송과 통상임금 소송의 여파다. 현대차는 최근 2회 쌍방불출석 난 임금피크제 손해배상 소송과 별개로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피소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연결 자회사(기아와 공동기업)인 현대트랜시스가 임금 미지급 건에 대한 100억원대 소송에 피소된 사실도 드러났다. 전·현직 사원인 원고들이 두 사건 합해 1500명을 넘겨 소송가액도 커졌다. 100억원대 소송은 재무 영향이 클 수 있지만 현대차는 관련 사실을 공시서류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공시누락 또는 과소공시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교롭게 두 사건은 같은 재판부(제42민사부)에서 다룬다. 원고와 다투는 피고 측 대리인까지 같다. 현대차와 현대트랜시스 모두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다.

전날 이들 사건에 대한 변론준비기일이 잇따라 열렸다. 현대차가 피고인 손해배상 사건은 원고가 533명이다. 소가는 106억8000만원에 달한다. 소장 접수는 2024년 12월31일 이뤄졌다.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취업규칙 변경 사건에서 파생된 소송이다. 현대트랜시스가 피고인 임금 관련 소송은 원고가 1184명이나 된다.

소가는 118억5000만원이다. 2025년 2월4일에 소장 접수됐다. 현대트랜시스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대법원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해당 판례로 임금 미지급 건을 다루는 소송이 파생된 듯 보인다.

원고가 많은 만큼 소송 진행은 원활하지 않다. 현대차 건은 원고 측 법률대리인이 중도 사임했다. 전날 변론기일엔 원고 중 6명만 출석했다. 대다수 원고에 대해선 처음엔 진술 간주 처리됐으나, 피고 대리인이 현대차와 상의한 결과, 쌍방불출석 되도록 방침을 바꿨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소장 내용이 불분명하다며 이날 기일 전에 석명준비명령했지만 원고 측은 대리인 없이 답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다음번 기일까지 원고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것을 명령했다.

판사는 “선임하지 않으면 변론할 수 없다”며 “소 각하 또는 소장 박탈될 수 있으니 변호사 선임에 3달 정도 시간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533명의 임금 30년치가 달린 문제”라며 “몇년치 임금을 청구하는지도 소장에 기재 안 했다”고 했다. 원고 각각의 청구기간이 다를 것인데 이 문제를 정리해야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소송은 (원고별) 소가 5억원을 초과하는 합의부 재판으로, 합치면 상당한 금액인 만큼 법률 전문가 조력 없이 소송을 치르기 어려운 점을 짚었다.

이와 달리 현대트랜시스 사건은 김기덕 변호사가 원고 측 대리인을 맡고 있다. 김 변호사는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과거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와 전국금속산업연맹 법률원 원장, 한국노동법학회 이사, 노동법이론실무학회 이사를 역임하는 등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해 온 노동 전문 변호사다.

그럼에도 원고가 1000명이 넘어 변론 준비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피고 대리인은 원고들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했다며 석명신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와 원고 측 모두 자체 확인해 수정한 다음 문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다음 기일도 변론준비기일로 열리는데, 서류 제출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현대차와 현대트랜시스는 몇 건의 소송에 피소당했다고 공시했지만 관련 소송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대차는 다만 소가 400억원대와 100억원대인 현대로템 2건의 피소 건만 공시했다. 원고가 각각 국가철도공단과 삼성엔지니어링으로 패소할 소지를 따져 자의적으로 공시한 듯 보인다.

현대차는 현대로템 사건을 포함해 “소송 결과에 대한 합리적 예측이 불가능하고 연결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지 아니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명시했다. 현대트랜시스 역시 2건의 소송이 계류 중이라면서도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지 아니할 것”이라며 내용을 적시하진 않았다. 현대차와 현대트랜시스 모두 보고기간 후 사건 공시에서도 임금 관련 소송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100억원대 소송은 법인의 재무 상태 및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이는 공시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100억대 소송에 피소된 법인이 우발채무 공시 등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기준 위반,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 등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더욱이 정보를 숨기는 행위는 기업 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켜 투자자, 채권자, 고객 등 이해관계자 신뢰를 떨어뜨려 기업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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