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지주사 출범 후 첫 분기 영업익 1조 넘어
조선·해양·전력 순항…정기선, 신성장동력 발굴 집중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HD현대 제공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HD현대 제공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총수 동일인으로 지정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그룹 실적 순항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올해 1분기 매출 17조869억원, 영업이익 1조268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62.1%씩 늘어난 호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7774억원으로 52.9%나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7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1조원을 넘어섰다. 조선·해양·전력 등 주요 사업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그룹의 성장을 견인한 모습이다.

주력사업인 조선·해양 부문의 경우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고부가가치 선박의 매출 비중 확대와 생산성 향상 효과로 매출 6조7717억원, 영업이익 8592억원을 냈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12.7%로, 2019년 분할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력 사업 호황으로 주목받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7% 늘어난 1조147억원, 영업이익은 69.4%나 증가한 2182억원에 달했다. 수익성 높은 북미 지역 매출 증가와 선별 수주 전략이 주효했다고 HD현대 측은 설명했다.

특히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공들였던 HD현대마린솔루션이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 4856억원, 영업이익 8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8%, 61.2%씩 증가했다. 신조 인도 증가와 애프터마켓(AM) 사업, 친환경 개조, 디지털 설루션 등 전 부문이 골고루 성장한 모습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 수석부회장이 설립과 IPO(기업공개)를 모두 주도한 '정기선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계열사다. 정 수석부회장은 선박 애프터마켓(AM)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HD현대마린솔루션을 키우는데 집중해왔다. 올해 매출 목표를 2조556억원으로 잡아둔 가운데 1분기 만에 목표치의 4분의 1에 가까운 매출을 내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우재 KB증권 연구원은 "HD한국조선해양이 생산성 향상 및 선가 상승 영향으로 영업이익 8592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HD현대일렉트릭 및 HD마린솔루션의 이익도 개선됐다"고 진단하며 "조선해양·일렉트릭 등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이 매분기 기대치를 상회하는 만큼 이익 추정치의 추가 상승도 기대해본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데 따라 다음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할 올해 대기업 및 준대기업집단에서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초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과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을 발표하는데, 이때 필요한 경우 신규로 동일인을 지정한다. 현재 HD현대는 정 수석부회장이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올라가 있는데, 정몽준 이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된 만큼 새로운 총수가 선임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오너 3세인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핵심과제를 직접 챙기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의 사업 추진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해군 사관학교에 방문하는 한편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컨소시엄을 발족하고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등 미국 시장 내에서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와는 무인 수상정 개발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으며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인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는 헌팅턴 잉걸스와는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울러 글로벌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지난달 4일 인도 매체인 이코노믹타임즈가 HD현대중공업이 인도에 조선소 건설을 검토하며 부지 등을 물색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아직 세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게 HD현대 측 입장이나, 정 수석부회장이 그간 해외 조선소 건설에 공을 들여온 만큼 향후 추진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현지 합작조선소 IMI 설립을 주도한 바 있다. IMI는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정 수석부회장은 국내에서는 지난 15일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을 방문해 노사 협력을 부탁한 바 있으며 이보다 앞서 지난 8일에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 현장을 직접 찾아 건설기계 등을 전시한 HD현대관을 둘러봤다. 건설기계 업계 최초로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하는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성장동력 발굴도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테라파워로부터 소듐냉각고속로(SFR)용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적용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공개하는 등 차세대 원자력 선박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연료전지 시스템 분야 강자인 '컨비온'을 인수해 수소연료전지 핵심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올해 들어서는 신약개발 사업 추진에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해 11월 HD현대의 신약개발 법인인 AMC사이언스를 신규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초기 신약물질 발굴 및 개념검증, 사업개발 등 영역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HD현대가 신약개발 사업 추진시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의 서울 아산병원과의 시너지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주력 사업에서 순항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풀어야 할 과제들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권 확보와 미국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주도권 확보 등이 꼽힌다. KDDX 사업의 경우 방위사업청의 결정만이 남은 한편 미국 MRO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조선소 인수나 지분 투자, 임대 등을 검토하는 중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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