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여파' LG전자 전기차 충전 사업 종료·LG엔솔 영업익 감소
반면 LG그룹 전장사업 순항…배터리 장악한 중국 추격 따돌려야
LG그룹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와 관련한 성장동력 사업에서 상반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는 반면 전장 사업은 훈풍인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그룹은 전기차 캐즘과 사업 리밸런싱 전략 수립을 고려해 3년간 LG전자가 추진해오던 전기차 충전 사업을 철수했다. 사업 환경이 변화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전기차 충전 시장이 중국 업체들로 인해 경쟁이 과열되고 있고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도 더뎌 인프라 구축이 미미한 탓이다.
LG전자 전기차 충전 사업은 본래 배터리 담당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등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됐다. 지난 2023년 진행한 LG전자 기자간담회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의 매출 100조원의 비전 달성을 위한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꼽으며 이를 매출 1조원 이상으로 빠르게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캐즘으로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충전 사업도 성장동력을 다소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도 배터리 수요가 감소하면서 최근 실적이 감소한데 따라 전기차 배터리 외 새 먹거리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하며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과 기술 격차가 줄어든 데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부진으로 유럽 안에서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 현상과는 별개로 LG그룹의 전장 사업은 순항하고 있어 상황이 대비된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VS사업본부가 올해 1분기 매출 2조8432억원, 영업이익 1251억원을 기록하는 등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LG이노텍도 차량용 통신 및 조명 모듈 등 고부가 제품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중심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를 확대하며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등 관련 사업이 부진한 반면 전장 부품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면서 전장 사업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전장 사업 훈풍에 따라 인포테인먼트(VS사업본부), 전기차 파워트레인(LG마그나), 차량용 조명 시스템(ZKW)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전장 포트폴리오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과 손잡는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하며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시대를 위한 차세대 차량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을 선보이며 미래차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기차 캐즘이 아니라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성장세가 이전보다 가파르진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배터리 및 충전 분야 사업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주도권을 뺏겼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전기차 판매량의 경우 미국은 전년 대비 10~15%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유럽은 그 수치가 30%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가분의 대부분은 중국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 사용량은 221.8GWh로, 전년 동기 대비 38.8% 증가했다. 점유율은 중국 CATL이 38.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충전 분야의 경우 최근 BYD, CATL,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앞다퉈 초급속 충전 기술을 발표하는 등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다. BYD는 5분 충전으로 470km까지 주행 가능한 급속 충전 기술을 공개하고 CATL는 5분간 충전하면 520㎞를 주행할 수 있는 2세대 배터리 선싱을 선보였다. 화웨이는 15분 만에 대형트럭을 90%까지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와중에도 중국이 전기차 기술 분야에서 미국보다 수년 앞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즉, 전기차 배터리와 충전 사업 분야에서는 중국이 우세한데 따라 아직 중국이 따라잡지 못한 전장 분야에서 LG그룹이 승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중국에게 주도권을 내준 LCD(액정표시장치)사업과 같은 사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장 부품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전장 사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라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