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규제 안 돼”…유병준 교수, 구조 진단 우선 강조
“정산 시스템, 선별 관리로”…강형구 교수, 시장 유연성 제안
한국경영학회ㆍ한국마케팅학회,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 세미나 개최

​7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트 2층 토파즈룸에서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가 개최됐다. 왼쪽부터  이정환(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정주연(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 유병준(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박성연 한국마케팅학회 신임 학회장, 정연승(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정혜(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강형구(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7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트 2층 토파즈룸에서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가 개최됐다. 왼쪽부터  이정환(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정주연(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 유병준(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박성연 한국마케팅학회 신임 학회장, 정연승(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정혜(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강형구(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한국경영학회와 한국마케팅학회가 7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트 2층 토파즈룸에서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유병준 교수,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강형구 교수,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최정혜 교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이정환 교수,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정주연 전문위원, 한국마케팅학회 박성연 신임 학회장, 행사 진행 및 사회를 맡은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정연승 교수 등이 참석했다.

첫 순서로 박성연 한국마케팅학회장의 환영사가 진행됐다. 박 학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소비자 행동이 급변하며 온라인 구매와 디지털 플랫폼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하지만 급격한 성장 속에서도 플랫폼 관련 정책이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자리를 통해 유통 플랫폼의 생태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이병준 교수와 강형구 교수의 통찰력 있는 발표, 심도 있는 종합토론을 바탕으로 유통 산업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 첫 발제자로 나선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국내 유통 프랫폼 현황과 정책 및 생태계 발전방안’을 주제로 최근 위메프와 홈플러스 사태를 언급하며 “특정 기업의 일탈이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기업이 결제를 6개월 이상 지연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현실을 외면한 채, 전체 업계를 대상으로 결제 기간을 일괄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규제는 오히려 산업 혼란만 가중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 지원을 명분으로 한 수수료 인하 등 규제가 실제로는 중소 플랫폼과 영세 사업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기며, 결과적으로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만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유통 플랫폼들의 운영 구조상 서버비와 데이터망 사용료 등 고정비 부담이 크다는 점도 강조하며 “정책 입안자들이 이와 같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상공인의 과당 경쟁과 경제 구조의 문제를 함께 보며, 거래 환경을 개선하고 자생력을 키우는 거래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생태계의 위기와 금융·제도 전략: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부도위험 진단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생태계의 위기와 금융·제도 전략: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부도위험 진단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유통 생태계의 위기와 금융·제도 전략: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부도위험 진단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방안’을 주제로 “위메프·티몬 사례는 유통 플랫폼 기업의 재무 관리 실패와 무리한 레버리지 구조에서 비롯된 금융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산 대금이 운영 자금으로 전용되면서 발생한 문제는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개별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플랫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과학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산대금의 소유권을 명확히 규정하거나 실시간 재무정보 공개, 신용평가 제도 도입 등 정교한 제도 설계를 통해 선별적으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플랫폼의 정산 대금을 유동화할 수 있는 채권 시장을 육성하고, 민간 보험 상품을 도입하는 등 시장 기반의 간접적 지원이 장기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가 아닌 생태계 회복 중심의 접근 필요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발제자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이 오갔다. 최정혜 연세대 교수는 “유통 플랫폼의 정산 문제는 재무 건전성의 문제이지, 단순한 정산 기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산 시스템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는 완충 장치이자 거래 방식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장치인 만큼,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현재 추진되는 “정산 기간 단축이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조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시장을 독과점 구조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일률적인 규제보다 판매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정주연 전문위원은 “무리한 규제는 국내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정산 주기 단축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의 재무 투명성과 정산 정책의 공시 강화, 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유병준 교수는 “정산 문제의 본질은 관리 실패이며, 포퓰리즘식 규제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고, 강형구 교수는 “정산 대금의 자산화와 시장 유통이 본질적 해결책”이라며 “정부는 세컨드 베스트의 현실적인 해법을 설계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행사 좌장을 맡은 정연승 교수는 “국내 유통 플랫폼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자율성과 경쟁력을 갖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단기적 규제가 아닌 장기적 시야에서 지속가능한 산업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임소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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