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조짐에 한진칼 상한가 직행
한진칼 주식 늘린 호반…자산평가이익도 폭증
조원태 회장 측 LS와 산업은행 지분 흡수 관건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호반이 지분을 확충해 조원태 회장 일가 지분과의 격차를 2.23%포인트까지 좁혔다. 한진칼도 연초 금융상품을 현금성자산으로 전환해 실탄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처분 시점이 다가오면서 2차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13일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 조짐에 상한가로 직행했다. 전날 호반건설은 한진칼에 대한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내고 계열사인 호반과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작년 3월부터 올 4월30일까지 여러차례 장내매수로 지분을 추가했음을 공시했다.
이를 통해 호반은 0.05%, 호반호텔앤리조트는 0.96%씩 늘렸다. 매수 후 호반 측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기존 호반건설 11.5%를 비롯해 호반 0.15%, 호반호텔앤리조트 6.81까지 총 18.46%다. 한진칼의 작년 결산보고서에서 공시된 호반 측 합산 지분율 17.9%보다 0.56% 늘었다. 이로써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20.13%와 격차는 2.23%가 됐다.
이같은 경영권 분쟁 조짐만으로도 호반은 이득을 보고 있다. 호반건설 11.5% 지분의 경우 매수원가에 비해 평가이익이 크게 올랐다. 취득원가는 4607억원, 작년 말 공정가치 평가액은 5788억원이다. 평가 수익률은 무려 25.6%나 된다. 이날 상한가로 평가 수익률도 한층 폭등할 전망이다.
호반건설은 김상열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100% 회사다. 이 가운데 계열사인 호반과 호반호텔앤리조트가 1년 넘게 장내매수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여 주가를 부양한 것은, 지배주주일가 회사인 호반건설의 지분 투자이익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
호반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영업외손익에 반영돼 당기순이익에 귀속된다. 한진칼 지분가치 상승은 호반건설 실적과 자산가치 평가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는 건설업 특성상 낮은 이자비용으로 리파이낸싱하는 데도 유리하다.
호반의 잠재적 위협에 맞서 한진칼은 LS를 우호세력화하는 움직임이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는 그간 재계 전례에 비춰 우호주주와 자사주 교환이 고려될 수 있다. LS는 15.07%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반면 한진칼 자사주는 0.66%에 불과하다. 대신 이전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 측 우호지분 역할을 했던 산업은행 지분 10.58%가 있다.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특성상 특정 회사 지분을 장기 보유할 경우 특혜 논란에 빠진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했었다. 그 지원 방식에도 특혜라는 잡음이 있었던 터라 투자 회수에 대한 여론 압박이 상존한다. 더욱이 조기 대선 국면을 지나 정권이 교체될 경우 재정건전화 일환으로 산업은행의 투자 회수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보유 지분을 처분할 때 한진칼이 자사주로 취득하거나 LS가 직접 인수하는 방법 등 여러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LS의 직접 인수의 경우 한진칼이 LS 자사주를 인수하고 LS가 그 돈으로 산업은행 지분을 되사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자사주 취득에 대한 상법상 여러 제약이 걸려 있어, 이런 우회 전략이 유효하다.
다만, LS가 확실한 우호지분이 될지, 캐스팅보트를 쥐고 흔들게 될 변수도 있다. KT 사례를 보면, 자사주 교환 후 경영진 우호지분으로 인식됐던 현대차가 반대표로 움직인 전례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LS가 호반과 불화를 겪으며 한진과 공동 대응하는 이해관계가 성립되지만, 호반이 전략적으로 LS와 합의하면 LS가 칼을 거꾸로 쥘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진칼이 연초 금융상품을 처분해 현금성자산을 늘린 것은 경영권 분쟁 대응을 위한 실탄 마련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금성자산은 은행 예금에 준해 계약 관계에 얽힌 금융상품보다 즉각적인 현금 사용이 가능하다. 한진칼 현금성자산은 연초 3021억원으로, 전년 148억원에서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현금성자산이 늘어날 경우 금융상품 투자 대비 기회비용이 생기기 때문에 꺼린다. 따라서 한진칼이 현금자산을 확충한 것은 현금을 써야 할 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
그 속에 호반 측이 한진칼 지분 추가 매수를 진행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높이며 주가를 띄우는 것은 조 회장 측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진칼이 최종 흡수해야 할 산업은행 보유 지분가치가 상승하면서 인수비용이 상승하게 될 전망이다. 재계에선 경영권 보호 차원에서 무리하게 회사 자원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하려 할 경우 배임적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진칼 내 14.9%나 되는 델타항공은 최 회장 우호지분으로 인식된다. 이전 경영권 분쟁 당시 조 회장 측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운영 등 사업적 협력 관계도 굳건하다. 이 때문에 호반 입장에서도 한진칼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경우 현 지분에 더해 동맹이 될 우호지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