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장 오디오·냉난방공조 등 대규모 M&A 추진…기술 경쟁력 강화
DX부문 성장 기대감 상승 반면 DS부진 여전…전영현 취임 1주년 과제 산적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로봇, 전장, 냉난방공조 등 미래 먹거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성장을 위한 새 시동을 걸고 있어 주목된다. 핵심 사업이었던 반도체 대신 전망이 밝은 신사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15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쑤저우와 상하이에서 '2025 삼성 중동 에어솔루션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삼성전자의 에어솔루션 데이는 해외 주요 공조 전문 거래선과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시장 트렌드와 업계 현황을 공유하고 삼성전자만의 공조 솔루션을 제안하는 세미나 형태의 행사로, 주요 글로벌 거점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개최됐는데, 올해는 중국에서 열렸다.

전날(14일)에는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HVAC) 회사인 독일의 플랙트그룹(이하 플랙트)을 인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영국계 사모펀드 트리톤이 보유하고 있는 플랙트 지분 100%를 약 15억유로(2조37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공조사업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플랙트 인수는 삼성전자가 공조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정·상업용에서 산업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파악된다. 미래 먹거리인 공조 사업에서 빠르게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복안이다.

가정용 공조 기술과 산업용 공조 기술은 다소 차이가 있는데,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건물, 공장, 해양 플랜트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해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몇 년 만에 조 단위 투자를 실시한 배경이다.

이와 함께 공조사업뿐 아니라 로봇, 전장 등의 분야에서도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도 확보했다. 지난해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0.22%를 590억원에 매입한데 이어 두 달 뒤인 같은 해 3월 278억원을 들여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총 868억원을 투자해 콜옵션 계약을 맺었는데, 이를 지난해 12월 말 행사한 것이다.

이어 이달 초에는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이하 하만)을 통해 3억5000만 달러(5000억원)에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했다. 미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인수해 컨슈머 오디오에서 카오디오까지 다양한 포트폴리로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DX부문 산하 전장사업팀을 '하만협력팀'으로 변경했다. 

삼성전자의 사업 중심축이 DX(디바이스경험)부문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고(故) 한종희 부회장의 빈 자리를 대신해 DX부문장 직무대행을 수행하고 있는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에 거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MX사업부가 갤럭시 S25 시리즈 판매 호조로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한데 이어 지난 13일 새로운 폼팩터인 갤럭시 S25 엣지를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 같은 갤럭시 신화가 DX부문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중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를 직접 방문하며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 동안 중국·일본 출장을 통해 샤오미, BYD(비야디), NTT도코모, 소프트뱅크 등을 만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다지면서 전장, 스마트폰 등과 관련한 사업 추진 방안을 모색했다.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9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9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신 삼성전자가 이같이 DX부문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의 입지는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다. 반도체가 본래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이었으나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구원투수'로 투입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오는 21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하지만 과제가 산적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여전히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 파운드리 수주 등에서 경쟁사 대비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기대를 모았던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의 인증을 진행 중이지만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만약 실패할 경우 올해 HBM 판매량은 당초 예상치를 대폭 하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 79조1405억원·영업이익 6조6853억원에서 DX부문이 51조7000억원·4조7000억원을 차지했으며 DS부문은 25조1000억원·1조1000억원에 그쳤다. DX부문이 DS부문의 부진을 상쇄하는 것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가파른 실적 확대를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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