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하이트진로, 하림지주까지 주주행동 ‘활활’
이사 보수한도 다툰 남양유업, 대법원서 패소 확정
부활한 상법 ‘특별이해관계’ 규정 “큰 파장” 전망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재벌 총수일가 고액보수에 대한 법적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DB그룹 지배주주를 상대로 사상 첫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된 데 이어 하이트진로와 하림지주도 비슷한 분쟁에 놓였다. 특히 최근 주주총회 이사 보수한도 의안에 대한 이사 의결권 제한이 적절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성립돼 재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은 하이트진로와 하림지주에 각각 회사가 입은 과징금 등에 대한 보전할 것을 요청하는 소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총수일가 소유 계열회사를 통한 사익편취 행위(통행세 등)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3월 부과한 과징금 및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에 대한 부당한 고액보수 지급으로 인한 손해 등 총 389억원에 관한 것이다.

하림지주는 총수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부당지원ㆍ사익편취 공정위 과징금(2021년 10월) 및 신선육 담합 제재로 인한 과징금(2022년 3월) 손해 총 215억원이 보전 요구 대상이다. 주주들은 박문덕 회장과 김홍국 하림지주 회장 등 위법행위에 책임 있는 이사들이 손해를 보전하도록 피해 법인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청했다. 만일 회사가 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경제개혁연대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를 통해 모인 주주들은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 김남호 회장 등을 상대로도 고액보수에 대한 DB하이텍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사건은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제1민사부에 배당됐으며, 재판 진행을 위한 준비 절차를 거치고 있다.

원고 주주들은 피고 측에게 총 238억원을 배상하도록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에 따르면 김준기 창업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 매년 막대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장남 김남호 회장도 미등기임원으로 보수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김준기와 김남호는 DB하이텍에서 총 238억원을 보수로 받았다.

총수일가의 고액보수에 대한 비판 여론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정부의 별다른 조치가 없자 본격적으로 송사가 번지는 양상이다. 주식시장 밸류업과 소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주주행동이 활발해진 게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런 주주행동은 최근 법원 판례로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그간 고액보수 관련 과도한 이사 보수한도 설정에 대해 주주들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해도 대주주가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상법 제368조 제3항 ‘총회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적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보수한도는 개별 이사 보수를 정하는 게 아니라서 특별이해관계도 아니라는 논리로 대주주는 규정을 피해갔다. 그러다 최근 남양유업 사례에서 법원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법무법인 율촌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지난 2023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50억원으로 정하는 의안이 상정됐다. 많은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당시 남양유업 지분 과반을 보유(약 54.7%)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였던 홍원식 전 회장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함에 따라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남양유업 상근감사는 해당 상법 조항을 들어 주총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24년 5월 선고된 1심 및 2025년 1월 선고된 2심 모두 홍 전 회장이 본건 안건의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보아 결의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고 2025년 4월25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홍 전 회장 측의 패소가 최종 확정됐다.

근래 수탁자 책임 스튜어드십코드가 강화된 국민연금이 상장사들의 과도한 보수한도 안건에 대한 반대표를 적극 행사하고 있는데, 남양유업 사례에 따라 안건 부결될 확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매년 반대표를 행사하는 안건 중 이사 및 감사보수와 관련된 반대 비율이 가장 높은 추세다. 또한 2022년 42.6%, 2023년 44.7%, 2024년 47%로 매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율촌은 “전체 보수한도 승인에 대하여는 이사들이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것으로 해석해 온 기존 실무관행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며 “이사 보수 결정 프로세스는 소수주주 권익 보호, 이사회 책임성 확보 등 기업지배구조와 직결되는 핵심 영역인 만큼, 보수위원회 운영 강화 및 외부 검토 절차의 도입 등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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