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1분기 매출 성장했지만 영업익 줄어…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추진
현대차와 로봇·휴머노이드 맞손, FC-BGA 경쟁력 강화 등 기술력 확보 집중

LG이노텍이 FC-BGA 생산라인을 구축한 경부 구미 드림팩토리 전경.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이 FC-BGA 생산라인을 구축한 경부 구미 드림팩토리 전경. LG이노텍 제공

LG그룹 전자 계열사 LG이노텍이 최근 IT(정보통신) 분야를 넘어서 로봇, 반도체 기판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애플 아이폰 판매 둔화로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했는데,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 매출 4조9828억원, 영업이익 12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9% 줄었는데, 애플 아이폰 판매 둔화 등의 영향이 컸다.

이에 최근 LG이노텍이 다른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존에 스마트폰·가전 등 IT기기 위주로 진행하던 부품 사업을 반도체, 로봇 부품 등 첨단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애플에 의존하는 기존 사업 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광학솔루션(카메라 모듈)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몇 년째 80%를 넘어선 상태다. LG이노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광학솔루션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81.5% ▲2023년 83.9% ▲2024년 84%로 해마다 80%를 넘었다. 이 가운데 LG이노텍이 생산하는 카메라 모듈 대부분이 애플에 납품되고 있어 애플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경우 애플 아이폰 판매가 호조일 경우 덩달아 실적이 상승되는 장점도 있지만 최근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이 카메라 모듈 시장 경쟁으로 인해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한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도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에 대해 "카메라 모듈의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스마트폰 수요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실적이 회복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LG이노텍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미래 모빌리티 대표 주자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을 확대하는 한편 향후 전망이 밝은 반도체 기판 분야에서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지환 LG이노텍 CFO(최고재무책임자) 전무는 "FC-BGA, 차량 AP 모듈을 앞세운 AI∙반도체용 부품, 차량용 센싱∙통신∙조명 등 모빌리티 핵심 부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로봇 분야 리딩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LG이노텍은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뿐 아니라 3D(3차원) 센싱 모듈 등 다양한 IT 부품을 하나의 모듈에 집약한 제품으로,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차세대 모델에 장착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LG이노텍은 광학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원천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는 방안을 보스턴다이내믹스 등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로봇용 부품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목표다. 그간 현대차그룹에 조명,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데 이어 이번 협력까지 동맹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반도체 시장 공략을 통한 기판 사업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일단 LG이노텍의 기판소재 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769억3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성장했다. 현재로서는 칩온필름(CoF) 등 디스플레이 기판 제품군 수요가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기판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기판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LG이노텍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경쟁력 강화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해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인 인쇄회로기판(PCB)으로, 정보 전달 속도가 빨라 주로 PC,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용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 처리 장치)에 사용된다.

FC-BGA 수요는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LG이노텍은 FC-BGA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상황이다.

LG이노텍은 지난 2022년 FC-BGA 시장에 진출한 후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4공장에서 글로벌 빅테크향 PC용 FC-BGA 양산을 개시했다. 다른 업체들보단 출발이 늦었지만 올해 PC CPU용 FC-BGA 시장에 진입하고 이르면 오는 2026년에 서버용 FC-BGA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최근 경북 구미시와 6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FC-BGA 양산라인 확대 및 고부가 카메라 모듈 설비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FC-BGA 시장을 오는 2030년까지 조 단위 사업으로 성장시키는 한편 유리기판 등 차세대 기판 기술 내재화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의 신사업 드라이브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LG이노텍의 FC-BGA 매출이 증가하며 본격 성장할 것"이라며 "반도체 패키지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하면 내년 큰 폭의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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