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도 수출 감소세…당국 "조지아 공장 가동 여파"
해외투자 증가 속 국내투자 감소 흐름 두드러져
본원소득수지효과 내미는 재계…산업공동화 우려

수출 선적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수출 선적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5월 수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유가 하락에다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에 따른 국내 물량 감소 영향이 크다고 수출 당국은 파악했다. 다른 대기업들의 해외 자회사 공장 가동이 본격화 될수록 국내 수출 및 일자리 감소 등 산업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이에 대한 21대 대선 후보들의 제조업 유턴 정책 공약은 대선 기간이 짧은 만큼 대체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5년만 개별 설비투자 감소


27일 재계에 따르면 해외 자회사를 뺀 현대차의 개별 설비투자는 1분기 1조48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49억원에서 감소전환했다. 2021년 1분기부터 매년 동 분기 증가하던 흐름이 올 들어 처음 꺾인 것이다. 그 속에 국내 자동차 수출은 지난 4월 3.8% 감소했다. 트럼프발 관세 타격과 전년 동월 역대 최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지만, 이달에도 감소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5월1일부터 20일까지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견조했지만 승용차 수출 감소분이 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과 사뭇 다르게 원인을 진단했다. 미국 관세부과 영향도 계속됐지만, 현대차의 조지아 신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면서 대미 수출이 크게 감소해 마이너스 전환한 것으로 파악했다.

반도체가 선방하고 있지만 수출 감소세가 굳어졌다. 1분기 전체 수출액도 전년동기비 2.1%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이 2.9% 줄어 하락을 주도했다. 중소기업은 1.3% 증가해 해외 공장에 자본재를 납품하는 몫은 늘어난 듯 보인다. 하지만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을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본원소득수지 강화 필요성을 대선 후보에게 어필했다. 대한상의가 해외직접투자 효과를 강조한 연구보고서까지 냈다. 국내투자 대신 해외투자해 자본을 회수하는 형태로 국가 경제 전략을 가져가자는 논리다.


◆민간 제조업 투자도 취업자도 줄어


하지만 국내 투자가 줄면 국내 일자리가 감소하고 기술 경쟁력이 약화될 것에 대한 산업공동화 우려가 따른다. 현대차 조지아 공장(HMGMA)의 근로자 구성은 주로 현지인으로 채워질 계획이다. 본사에서 파견되는 소수의 핵심 관리직이나 기술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지 고용 창출 이미지와 노동 법규를 준수하며, 물류 및 언어 장벽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역시 조지아 주 정부 및 지역 교육기관과 협력해 현지 인력 채용 및 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지아 공장은 해외법인으로 지사(내국세 적용)가 아니기 때문에 법인세를 미국에 낸다.

게다가 현대차 조지아 공장이 본원소득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배당 감세로 인해 전에 비해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조지아 공장 이익 일부가 한국 모회사에 배당금 형태로 송금될 전망이다. 이런 배당금이 한국 본원소득수지 수취로 잡히게 된다. 하지만 국내 수출 및 생산 감소로 인한 소득 감소분과 해외로부터의 배당소득 증가분을 비교했을 때 순효과가 항상 긍정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해외 자회사 배당에 대해 현 정부가 감세(익금불산입)를 해줬기 때문에 국가 세수로 직접 환원할 수단이 막혔다. 그간 배당감세는 기업들의 해외투자 유인을 제공했는데, 해외 공장이 가동된 후 본원소득수지를 늘리고자 세금을 부과한다면 배당 자체를 꺼릴 우려를 낳는다. 배당 외 본원소득수지를 수취할 방법은 임금인데, 국내 일자리는 감소 추세다.

국내 투자 감소 탓에 제조업 일자리는 줄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올 들어 1월 1.2%, 2월 1.7%, 3월 2.5%, 4월 2.7%씩 전년동월대비 감소했다. 2024년 4월 452만1000명이었던 제조업 취업자는 올 4월 439만7000명이 됐다.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난 대신 국내 투자가 감소한 게 비교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설비투자는 증가해왔는데 공공영역이 주도해온 착시다. 민간 영역은 2022년 34조50억원, 2023년 31조2020억원, 2024년 31조960억원으로 줄곧 줄었다. 특히 민간 제조업 영역에서 같은 기간 23조8270억원, 21조9540억원, 21조4740억원씩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해외직접투자액은 북미지역이 2021년 급증한 이후 보합세를 보이다 2024년에는 감소 전환했다. 한차례 대규모 투자 후 설비 가동기에 이르러 정체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관세 장벽 압박으로 현지 투자가 재개될 전망이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31조원 현지 투자를 약속했다. 유럽과 아시아는 작년에도 해외직접투자 확대 흐름이 이어졌다.


◆유턴 정책 절실해도 부족한 공약


차기 정부에서 제조업 유턴 전략이 절실하지만 60일뿐인 조기대선의 한계 때문에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부족하고 구체적이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약집에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담았다. 또 RE100(신재생에너지 100%)산업단지 조성으로 수출기업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기 힘들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미래첨단산업기반 마련을 위한 메가프리존 도입이 유턴 공약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업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노동‧기업‧교육·세제 등 규제 완화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산업용 전기료를 낮추겠다는 공약도 유턴 기업엔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원전 비중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을 동시에 담고 있어,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국내 주요 국가산단으로 복귀할 경우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기간 설정을 최대 10년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 특수 비자 신설 등 외국인 고용 지원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등 적용은 국제 ILO 협약에 위배될 수 있고, 외국인 고용 만큼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지적된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재벌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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