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출신 인사가 진단하는 삼성전자 인사시스템의 문제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7년 전 인물인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사업부 수장으로 복귀시킨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그는 ‘구원투수’로 불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여전히 위기이자 달라진 게 보이지 않는다. HBM 품질 논란, 경쟁사와 격차 확대, 실적 부진, 그리고 끝없는 주가 하락. 과연 그가 구원한 것은 무엇일까?

삼성전자 출신의 한 인사는 “이건희 회장이 있었더라면 상상도 못한다”며 “(전영헌 부회장 복귀로) 변화된 게 없으니 결국 인사 실패인데, 삼성전자는 지금 인사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부회장의 ‘복귀’가 삼성전자 인사시스템이 얼마나 경직되고, 시대착오적인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인사시스템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번 인사는 그 우려를 적나라하게 증명한 셈이다. 전영현 부회장은 메모리 호황기 시절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복귀했지만, 지금은 기술 지형도도, 경쟁사 전략도, 고객 니즈도 완전히 바뀐 시대다. 이런 격변기에는 새로운 관점과 빠른 실행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준비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익숙한 과거’를 선택했다.

이건희 회장 시절이었다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당시 황창규 사장이 성과를 못 내자, 이 회장은 “3년 동안 속았다”며 단호히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7년 전 경영에서 물러난 인물을 다시 불러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삼성전자가 후속 인재를 키우는 데 실패했고, 시스템이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조직개편과 기술 리더십 회복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한다. HBM 대응 전담팀 구성, 공정 재설계, 사과문 발표, 주주 설득 등은 분명 노력이었다. 하지만 실적은 반대로 움직였다. 영업이익은 급감했고, D램 시장 1위 자리는 SK하이닉스에 내줬으며, HBM3E는 여전히 엔비디아의 품질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문제는 전 부회장의 능력 이전에 ‘왜 그를 다시 선택했는가’다. 조직이 과거 성과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이를 검증 없이 받아들이는 문화, 새로운 리더를 육성하거나 외부에서 영입하는 시스템 부재. 이 모든 것이 맞물리며 삼성전자의 인사는 ‘미래가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더구나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와 DS부문장에 더해 메모리사업부장, 삼성종합기술원장까지 겸직하고 있다. 최고경영자에게 현장과 기술, 전략까지 모두 맡긴다는 말인가. 이것은 효율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인시시스템 실패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삼성전자가 진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단기 실적 회복보다 중요한 건, 미래를 이끌 리더군 양성과 유연한 인사 구조다. 과거 영광의 인물에게 또 한번 기대는 방식으로는 결코 AI 시대의 패권을 가져올 수 없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영현 부회장의 복귀가 삼성전자를 구원하고 있는가, 아니면 인사시스템의 한계를 또렷하게 보여준 사례인가. 그 답은 숫자와 시장이 이미 말하고 있지 않은가.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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