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이상기후, 패션업계 전반 매출·수익성 악화
LF, 사업 다각화·효율적 구조조정으로 유일한 실적 방어 주목
삼성물산·신세계인터 등 패션 집중 구조·기후 변수에 부진 지속
국내 패션업계가 2분기에도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과 이상기후라는 이중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주요 5대 패션기업 모두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업황 속에서도 LF만이 유일하게 선방하며 업계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F는 올해 1분기 매출 430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7%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10억 원으로 22.3% 증가했다. 이는 업계 전반이 영업이익 두 자릿수 감소를 겪는 가운데 이례적인 성과다.
LF의 실적 방어와 성장의 핵심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효율적 비용 관리가 꼽힌다. 회사는 패션은 물론 금융, 식품 등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고루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자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의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매각 보수 등 비패션 부문 수익이 대폭 늘어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53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2% 급증했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61.4% 증가한 148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LF의 패션 부문 역시 구조조정과 효율화 노력이 주효했다. 골프, 스포츠웨어 등 수익성이 낮은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 확대, 인건비·광고비 등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을 방어했다. 헤지스, 던스트 등 주요 브랜드는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의 라이선스 아웃과 수출을 통해 추가 수익원을 확보했다.
또한 막스마라, 바버 등 글로벌 브랜드 유치와 온라인 채널 강화로 매출 다변화에 성공했다. LF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비효율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등 나머지 4개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부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이다.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패션 소비가 위축되고, 소비자들이 의류 구매를 미루거나 할인 행사에만 반응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매출이 감소하고, 재고가 늘어나면서 할인 판매가 잦아져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다른 하나는 이상기후의 영향이다. 올 1분기에도 예측 불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계절상품 판매가 부진했다.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는 이상기후로 인해 봄·여름 신상품의 판매 타이밍이 어긋나고, 재고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계절성에 민감한 패션업 특성상 기후 변수는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로 인해 할인 행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나머지 기업들은 LF와 달리 사업 포트폴리오가 패션에 집중돼 있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도 부진의 원인이다.
LF가 금융, 식품 등 비패션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리스크를 분산한 반면, 삼성물산 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코오롱FnC 등은 패션 사업에 집중돼 있어 시장 침체와 기후 변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일부 기업은 온라인 전환과 브랜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계절상품 부진.. 대규모 마케팅도 막혀 패션업계 '한숨'
올해 2분기에도 패션업계의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6월 대선을 앞두고 소비심리가 더 위축된 상황에서, 대규모 프로모션 등 소비자 지갑을 열만한 마케팅도 쉽지 않다. 여기에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계절상품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은 더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F의 선방은 사업 다각화와 온라인 및 해외 시장 확대 등 전략적 대응이 주효했기 때문이다"면서 "나머지 기업들은 경기와 기후라는 외부 악재에 취약한 사업 구조와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패션업계가 장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LF처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효율적 비용 관리, 디지털 전환 및 글로벌 시장 확대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