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올해 1분기 AI 분야 성과 내면서 매출·영업익 모두 '쑥'…AI 경쟁력 강화 사활
그러나 조직문화 쇄신 작업이 발목…노조 반발에 AI 사업 추진·경쟁력 확보 뒷전으로
네이버가 최근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이 7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AI(인공지능)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조직문화 변화를 앞두고 직원들의 반발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보이며 AI 분야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가운데 제동이 걸리면서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는 상황이다.
28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우디아라비아 주택공사(NHC)와 전략적 합작법인 설립 절차에 착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설립되는 신설 전략합작법인은 '네이버 이노베이션'으로, 네이버의 지역 총괄 거점인 네이버 아라비아의 산하의 첫 사업법인으로 세워졌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사우디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지도 기반 슈퍼앱 구축 및 운영 등 핵심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반 사업까지 확대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략합작법인 설립으로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 소버린AI, AI로봇 등 최신 IT(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중동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AI 사업 성과로 실적이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 15.0% 증가한 7868억원과 505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서치플랫폼 부문 매출이 크게 올랐는데, AI를 활용한 지면 최적화가 진행되면서 상품 경계가 허물어졌고 이를 통해 전체 광고 효율 및 매출 성장이 이어졌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AI 사업에서의 향후 성장 기대감도 높아졌다. 현재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의 초거대 AI 상품인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를 한국수력원자력에 도입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모빌리티 환경에서의 AI 에이전트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이밖에 '온서비스 AI'라는 방향성을 내걸고 AI를 활용한 검색, 커머스 등 자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 등 의료 쪽과도 AI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등 사업 기회를 넓히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만의 콘텐츠와 데이터 검색뿐 아니라 발견과 탐색, 쇼핑과 플레이스 등으로 연결하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생태계 기반 독보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이용자 경험 고도화와 서비스 및 광고 기술의 점진적 변화를 통해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를 둘러싼 분위기가 다소 반전되고 있다. 이해진 창업자가 경영일선에 복귀한데 따라 조직문화를 새롭게 바꾸겠다고 나섰는데, 이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이해진 창업자는 올해 3월 네이버 경영진에 복귀하면서 인사 구조 혁신을 첫 카드로 꺼내 들었다. 직무성과와 전문성에 따라 전 직원에게 7단계 등급을 매기고 보상을 연동하는 방식을 추진하는 중으로, 수평적 체계를 벗고 내부 경쟁을 통한 성과 중심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강압적인 조직문화 회귀와 당시 문제가 됐던 인물의 복귀가 네이버 노사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15일 네이버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고 이 부문의 대표에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내정했다.
업계에서는 이해진 창업자가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만큼 사업 초창기를 함께 했던 인물과 함께 다시 한번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최 전 COO는 네이버가 삼성SDS 사내 벤처였던 시절은 물론 1999년 네이버 창립부터 이 창업자와 함께 해 온 이 창업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 전 COO가 앞서 지난 2021년 자신이 관할하던 사내독립기업(CIC)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에 이해진 창업자의 복귀를 반겼던 직원들의 태도가 돌아섰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 19일 최 전 COO의 복귀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 26일까지 전 조합원 총투표에 실시했다. 노조 측은 최 전 COO 선임에 대해 "회사의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이라며 "전 직원의 4년간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조합원 5701명을 대상으로 최 전 COO 복귀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율 79%(4507명) 중 98.82%(4454명)가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수운 네이버 노조 사무장은 "투표 결과는 단순히 한 사람의 복귀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조직문화가 수직적이고 강압적이었던 4년 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7일에는 경기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본사 1784 사옥 앞에서 최 전 COO의 복귀 반대 집회도 열렸다. 이날 노조는 네이버 경영진이 두 가지 물음에 답할 것을 요구했다. 네이버가 최 전 COO 복귀를 위한 작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한 의도와 배경에 대한 해명, 그리고 고인의 죽음과 관련한 최 전 COO의 책임 여부다. 노조는 오는 30일까지 사측이 질의에 답하지 않을 시 더욱 강한 수위의 집회를 다음달 11일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진 창업자의 복귀로 AI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던 올해 초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특히 AI 사업 경쟁사인 카카오가 최근 자회사 다음 분사를 놓고 구성원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업계 우려가 커진 바 있는데, 네이버도 비슷한 행보를 밟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구성원들과 조직문화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노사 갈등과 조직문화 균열로 계획한 글로벌 AI 사업 전략 실행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카카오는 물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데, 사업 추진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과의 신뢰 구축이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이어진다"며 "네이버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분야 후발주자로 꼽히는 만큼 빠른 사업 추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조직문화 쇄신과 관련해 구성원들과의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