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제너럴모터스)이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와 인천 부평공장 일부 시설 매각을 결정한 가운데 노조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모기업인 미국 GM은 미국 내 생산설비에 대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한국 상황과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28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운영 효율화를 위해 직영 서비스센터와 일부 시설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공지했다. 전국 9개 GM 직영 정비서비스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한편 부평공장 유휴 자산을 포함해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 매각을 위한 절차를 개시한다는 내용이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한국사업장 사장은 이와 관련해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 센터 운영의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GM의 자산 매각 결정이 모기업인 GM이 미국 엔진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토모티브뉴스 같은 외신에 따르면 GM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내연기관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해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800만 달러(1조2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GM은 이번 투자로 픽업트럭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사용되는 6세대 V-8 엔진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GM의 투자 계획을 재확인하며 기존에 전동화 전환으로 위험에 처했던 177개 일자리를 포함해 870개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M의 현지 엔진공장 투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및 친환경차 후퇴 기조와 더불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전동화 속도 조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GM은 전기차 구동장치 생산을 위해 토나완다 공장에 3억달러(약 412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를 백지화하고 이보다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내연기관 엔진 생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계획 조정이 수익성 악화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GM의 철수로까지 이어지는 등 국내에서 GM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업 GM이 사업계획 조정으로 투자나 해외사업에서 발을 뺀 사례가 많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하자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랜싱에 설립 중이었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했다.
해외 생산기지에서 비용 증감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곧바로 철수를 결정한 적도 여러번이다. 지난 2013년 호주에 이어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한 바 있다.
앞서 한국에서는 지난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군산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이 가운데 공지된 자산 매각 결정이 한국GM 철수설에 불을 지피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자산 매각 결정이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 전 노동조합에 공지 없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진행된 한국GM의 임금협상 교섭 상견례에서는 노조 측이 거센 불만을 제기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본관 건물에서 임금협상 첫 교섭 일정으로 상견례를 진행했다. 상견례에는 안규백 한국GM 노조 지부장 등 노조 측 20명과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 등 사측 18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사측이 전날 예정된 상견례에 불참하고 매각 공지를 돌린 것에 대해 "노조를 향한 선전포고이자 도발"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규백 한국GM 노조 지부장은 "2001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숱한 임금 교섭과 단체협상에서 노사가 결정한 상견례 자리에 사측이 일방적으로 불참한다고 통보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견례를 미루고 매각 계획을 발표한 것은 조합원 7000여명을 상대로 싸움을 건 것"이라며 "사측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이번 교섭에서 똑똑히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윤영섭 정비·부품지회장은 "직영 정비센터는 높은 품질을 선호하는 국내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직영 포기는 내수 판매를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다만 사측은 이번 매각 계획 발표가 한국GM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증대하기 위한 결정이며, GM의 한국사업장 철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절대 철수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매각 협의 대상인 시설들은 현재와 미래 생산 계획이나 생산 시설 활용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방적 매각 발표라는 노조 주장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심사숙고 후 결정을 내렸고 모든 가능성을 따져보고 대안을 살펴봤다"며 "결정을 내린 이후 가장 빨리 공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객 지원 서비스는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계속 제공하는 한편 매각 후에도 직영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고용은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월 기본급 14만1300원 정액 인상과 함께 지난해 당기순이익 15%를 기준으로 1인당 4136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