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장에서 잇단 사망사고…기업 "조사 협조·재발 방지"
국내 사업장 사고도 여전해…'글로벌화'된 만큼 안전관리 역량 확대 필요

안전모와 장갑. 연합뉴스
안전모와 장갑. 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사업장을 확대하며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는 반면 최근 해외 사업장에서도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 안전관리에도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두 건의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내 배터리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한화그룹의 태양광 패널 제조 계열사인 한화큐셀의 카터스빌 공장 내에서 일어났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한화큐셀의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에서는 노동자 1명이 공장 내 탱크 시설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사고 현장의 산소 농도가 15%로, 질소 유출 등이 사고 원인으로 파악되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내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트럭에 짐을 싣는 과정에서 지게차에 있던 화물이 떨어지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충격을 입어 사망했다. 해당 배터리 공장의 경우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공장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한화큐셀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은 즉각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한화큐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원인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하청업체 및 관계당국과 사고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향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조사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사고와 관련해 사망한 노동자가 각각 한화큐셀과 현대차그룹 소속은 아닌 상황으로, 관련해서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처벌 등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해당 공장에서 건설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협력업체 소속 직원의 사망사고로, 현지에서 조사 및 보상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라며 "한화큐셀이 형사처벌을 받는다거나 그런 것은 없고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은 해외법인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당 사고와 관련해 추가적인 제재나 처벌 등을 받는 것은 아니"라며 "하청업체 소속 직원의 사망사고로, 현지 법인이 관계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원인 규명과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장의 안전관리는 해외법인이 현지 법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잇단 사고에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점차 '글로벌화'되면서 해외에 사업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안전관리 역량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사업장에 즉각 관여하기는 어려워도 국내 사업장에서의 안전관리 감독 역량을 해외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손길이 닿는 곳인 국내 사업장에서도 여전히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기아 오토랜드 광주 3공장에서는 정규직 직원이 기계 설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장 일부 공정이 중단됐다.

앞서 지난해에는 현대차그룹 연구소에서 직원 3명이 질식으로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62건을 적발했고 현대차에 과태로 5억4528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조선업 분야에서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4명의 노동자가 숨지면서 사망사고가 잦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협력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민주노총은 기업들의 사업장 사망사고에 대해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재 사고 발생시 기업 이미지가 하락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이제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사업장을 확대하며 글로벌화되고 있는 만큼 관리해야 할 영역이 늘어난 것으로, 전반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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