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가 5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행사가 열리고 있는 맥코믹 플레이스(McCormick Place). ASCO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가 5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행사가 열리고 있는 맥코믹 플레이스(McCormick Place). ASCO 인스타그램 캡처

세계 최대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 국산 항암신약들이 ‘부작용 절반 감소’와 ‘병용요법 확장’이라는 성과로 글로벌 주목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는 피부 부작용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병용요법 연구 결과로, 에이비온은 미국 MD앤더슨암센터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 가능성을 입증하며 국내 기술력의 우수성을 알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개막해 5일간 이어지는 ASCO 2025에는 유한양행, LG화학, 앱클론, 제이인츠바이오, 티움바이오, 아이디언스, 루닛, 에이비온, 리가켐바이오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수 참가해 항암 분야 최신 연구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렉라자, 부작용 절반으로 줄인 병용요법 연구 발표…에이비온과 제이인츠바이오도 임상 우수성 보여


이번 학회에서 유한양행과 존슨앤존슨이 공동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와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피부 부작용 발생률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렉라자 병용요법은 글로벌 3상에서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전체 생존기간(OS)을 1년 이상 앞서며 주목을 받았지만, 피부 발진과 가려움 등 부작용이 높아 상용화 확대에 걸림돌이 됐다.

이번에 발표된 후속 연구는 이 부작용을 50% 가까이 감소시켰다는 점에서 의학적 실효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를 뛰어넘는 효과에 더해 실제 환자의 복용 순응도까지 고려된 연구 성과로, 향후 글로벌 처방 확대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이비온은 항암 후보물질 ‘바바메킵(Vabametkib)’의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MD앤더슨암센터와 서울아산병원이 공동 진행했으며, 발표를 맡은 시우닝 러 교수는 “바바메킵은 FDA 승인 경쟁약물과 유사한 항암 효과를 보이면서도, 3등급 이상의 심각한 부종이 0건이라는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바메킵은 키트루다와 병용 임상에서 기존 면역항암 단독요법으로 낮은 반응률을 보였던 MET엑손14 변이 폐암 환자에게서 유의미한 반응률 개선 가능성을 보이며 병용 전략의 새로운 축으로 부각됐다. 이와 함께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가 주도하는 ‘바바메킵+레이저티닙’ 병용 임상도 ASCO ‘임상시험 발표’ 세션을 통해 소개됐다.

제이인츠바이오는 EGFR-TKI 내성 돌연변이에 특화된 4세대 항암신약 후보물질 ‘JIN-A02’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포스터 발표로 공개했다. 미국과 한국, 태국 등에서 진행된 다기관 임상에서, 특정 용량군에서 부분 관해(PR)를 유지한 사례가 확인되며 항암 반응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뇌전이 환자에게서 실질적인 종양 반응이 확인돼, 약물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약효를 나타낼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됐다. 김춘옥 연구부문 사장은 “고용량 투여에서도 심각한 부작용 없이 내약성을 확보했다”며 “병용요법 플랫폼으로서 JIN-A02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ASCO 현장에서 체감했다”고 전했다.


◆LG화학, 앱클론 등 후기 임상 무대 잇따라…AI 활용한 ‘맞춤 항암제’도 존재감


LG화학은 자회사 아베오를 통해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의 글로벌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포티브다 단독요법이 면역항암제 옵디보와의 병용요법보다 객관적 반응률(ORR)과 무진행 생존기간(PFS) 등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는 내용이다. 앱클론은 중국 헨리우스와 공동 개발 중인 위암 항체신약 AC101(HLX22)의 3상 중간 결과를 공개하며 1년 무진행 생존율(PFS) 77.1%를 기록했다.

LG AI 연구소는 환자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항암제를 1분 내에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소개하면서 신속하고 정밀한 약물 선택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알렸다. 실제 임상에서 AI 예측과 환자 반응률이 유의미하게 일치한 사례도 보여줘, AI를 활용한 항암 치료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기업 루닛은 AI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HER2 양성 담도암 환자에 대한 항암제 ‘엔허투’의 치료 반응 예측 결과 등 총 12건의 연구를 발표했다. 루닛은 일본 국립암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 AI가 항암제 반응 예측을 1분 내로 수행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대화제약은 ASCO 2025에서 한국 제약사 중 유일하게 구두 발표 세션에 나섰다. 항암주사제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개량한 ‘리포락셀’의 다국가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하며 해외 유수의 학회 참석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회사 측은 “주사제를 경구제로 바꾼 점에서 환자 편의성과 치료 접근성 모두 개선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자금 조달 위축 같은 영향으로 예년보다 비상장 바이오기업 참여가 줄었다. 하지만 실제 치료 효과와 안전성, 병용 전략, 정밀 타깃, AI 기반 치료 예측까지 임상 전주기에서 국내 기술이 다양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플랫폼 바이오’로의 진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수출보다 실제 환자 혜택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많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부작용 감소, 병용 전략 강화, AI 기반 정밀진단 확대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다음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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