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해상풍력 중심 RE100 달성 목표에 관련산업 수혜 기대감↑
'탈원전' 대신 '원전병행'…정책 소극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변동 주목
AI(인공지능)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 시점인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결합한 '믹스(mix)' 전략으로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RE100 목표 추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비중 전환 등을 약속한 가운데 이 당선인이 "안전성이 보장된 원전은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당선인의 행보에 따라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탈원전'으로 위기였던 원전 기업들도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탄소중립 산업전환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경제와 환경이 조화로운 발전하도록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한다.
이를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폐쇄 ▲2030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HVDC, 초고압직류송전망) 건설 ▲수소 클러스터 조성 ▲농가 태양광 설치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전과 관련한 공약은 별도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 당선인이 앞서 대선 전 TV 토론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알리는 한편 "이미 지어졌거나 안전성이 보장된 원전은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윤석열 정부의 '원전 올인'이라는 양극단에서 벗어난 실용주의 에너지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근 다른 국가들도 에너지 비용과 안정적 전력 공급을 고려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믹스(혼합)'를 추진하는 추세인데, 이 당선인도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전력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원전 신규 건설에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이 당선인 전략이 '신재생에너지 중심·원전 병행'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 기업들이 받을 수혜 규모는 다소 갈릴 전망이다.
시급한 탄소중립, 태양광·해상풍력으로 해결한다
이 당선인이 가장 크게 내건 목표는 '탄소중립'이다. 한국은 지난 2016년 파리협정에 공식 가입하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탄소중립기본법에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겠다는 법정 목표가 명시돼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 따라 오는 2029년까지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을 75%, 풍력 발전 설비 용량은 540.2% 늘려야 한다.
이 당선인은 이 같은 목표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남서해안에 20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풍력 설비용량(2.29GW)의 8.7배 수준이다.
특히 해상풍력 발전은 지난 2월 27일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업 인허가 절차를 통합·간소화하고 정부가 개발사업을 주도해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반도 마련해둔 상태다.
아울러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영호남과 동해안 등 전국에 세우고 농촌 주택 태양광 설치와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대폭 확대해 농가 소득 증대와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그간 침체됐던 태양광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당선인의 본격적인 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에 따라 한화솔루션(태양광), OCI그룹(태양광), HD현대에너지솔루션(태양광), SK이터닉스(해상풍력), SK오션플랜트(해상풍력), 대명에너지(해상풍력) 등의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RE100 산업단지 확대 위한 에너지 송전 분야 주목
재생에너지를 활발하게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송전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발전량이 불규칙하고 발전소도 수요처(도심·산업단지 등)와 먼 곳에 있기 때문에 잉여전력이 발생할 땐 흐름을 제어하거나 저장해 두고 전력이 부족한 곳이 생기면 신속히 이동시키는 '계통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송전 거리가 먼 만큼 송전 손실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당선인이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등 전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대도시·산업단지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연결하는 전력 인프라 구축사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스마트그리드 등의 사업이다.
이 당선인은 HVDC와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하고 2040년까지는 한반도 전체를 U자형으로 감싸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해상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망을 하나로 연결해 RE100 산업단지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이전부터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관련 기대감이 높았던 LS전선의 자회사 LS마린솔루션에 이목이 집중된다. 해저에 HVDC 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용 포설선을 확보하고 포설 실적(트랙레코드)을 갖춘 사업자가 필요한데, 국내에서 이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은 LS마린솔루션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국내 전선 제조업계 1위인 LS전선을 비롯해 대한전선, 가온전선, 세명전기, 효성중공업 등도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탈원전' 벗어났다…성장 가능성에 기대 거는 원전업계
이전 탈원전 기조와 달리 이 당선인이 원전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따라 원전 기업들도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원전 대표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13년 만에 주가 4만원대를 회복하며 시총 순위도 크게 올랐다.
물론 이 당선인이 재생에너지를 통한 RE100 달성을 더 중점으로 하고 있고 신규 원전 건설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따라 원전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수혜의 규모는 재생에너지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원전 사업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에너지 패권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50년까지 원전 발전용량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원전 시장의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목표로 벨기에와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도 잇달아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거나 원전 정책을 전환하며 글로벌 원전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블룸버그 통신도 최근 "원전 수출에서는 비교적 신흥국인 한국이 수익성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계획·제안된 원전 사업 4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이 중 43%를 수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한국이 최대 원전 기술 수출국 중 하나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당선인은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발전에 따라 전력 공급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원전의 효용성을 활용하겠다는 자세로, '미니 원전'으로 불리는 SMR(소형모듈원자로) 기술력 개발 등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여전히 원전에 대한 경계심이 큰 편이지만 향후 정책 방향은 정치적 논의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두산, 한전, 현대 등 원전 기업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