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통합안 제출 임박…공정위 승인은 별도
"통합 실적 가시화 돼야"…가장 큰 과제 '조직문화 융합'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한 지 어느덧 6개월 차에 접어들었으나 아직까지 화학적 결합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양사 합병 이후 처음으로 그룹 차원에서 통합 규범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나 통합 과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12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 비율과 전환 계획 등을 담은 통합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1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는데, 6개월 안에 마일리지 통합안을 마련해 공정위에 제출해 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통합안 마감 직전 제출에 통합 운영 차질 우려
마일리지 통합은 양사 합병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돼 왔다. 이용객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앞서 이전 글로벌 항공사 합병 사례를 살펴보면 항공사 마일리지는 1대 1로 산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표적으로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합병(2008년), 유나이티드항공과 컨티넨탈항공 합병(2010년), 아메리칸항공과 US 에어웨이즈 합병(2013년) 모두 1대 1 비율로 마일리지를 통합했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카드 제휴 마일리지에서 금액 차이가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500원에 1마일리지,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에 1마일리지를 적용해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로 전환하되 카드 제휴 마일리지는 1대 0.8로 조정하는 안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용자 반발을 최소화하는 비율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마일리지 통합안 제출이 마감 기한 직전에 제출돼 통합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은 기한 내 제출이지만 공정위 승인을 받아야 해 만약 거절될 경우 그만큼 통합 운영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어서다.
앞서 대한항공은 합병 직후 2년 간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별도 운영하다가 이후 통합 항공사를 출범해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마일리지를 운영할 방침을 밝혔다. 만약 통합안 확정이 늦어지면 결국 통합 운영 시작 시기도 늦어지는 셈이다.
◆경영권 분쟁 이슈에 통합 준비에 집중 못해
조직문화 융합도 여전히 숙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최근까지도 대한항공 임직원과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간의 불화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오는 등 양사의 갈등이 여러 차례 주목받았다.
한 블라인드 이용자는 "업계에서 예전부터 도는 이야기가 있다"며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을 경쟁자로 생각하지만 대한항공 경쟁사는 해외에 있다고. 즉, 급이 다르단 얘기다"라며 갈등 발생 원인에 대해 추측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과 호반그룹 간 경영권 분쟁 우려로 가장 역량을 집중해야 할 통합 준비 시기에 경영권 분쟁 이슈로 회사 역량이 분산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한진칼은 지난달 15일 자사주 44만44주(0.66%)를 한진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해 조원태 회장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으며, 이어 같은 달 16일에는 대한항공이 LS그룹 지주사인 (주)LS가 발행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해 호반을 상대로 한 연합전선을 강화한 상태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에어부산 등 자회사 LCC간 결합을 통한 '통합 진에어' 출범도 지연되고 있다. 통합 진에어 출범을 위해서는 지역 시민단체들과 갈등 해결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대한항공이 지난 3월 통합 항공사 출범을 위해 새로운 CI와 항공기 도색을 선보이고 유니폼 변경을 추진하는 한편 양사 신규 인력 채용도 활발히 진행하는 등 새 변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서 한진그룹 차원에서 각 사의 윤리·준법경영 활동을 공유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간담회도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을 포함한 한진칼 윤리경영위원회 위원 7명과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계열사 경영진 6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한진칼 윤리경영위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과정에서 한진그룹의 윤리경영 체계와 문화를 통합·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합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을 위해선 관세 영향과 통합 대한항공의 실적 가시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단기 상승 동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갈등 해결이 급선무”…“통합 속도 내야”
'메가 캐리어'로의 도약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과 합병 사례를 본받아 대한항공이 통합 과정에 속도를 내야 할 전망이다.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은 본래 1,2위가 아닌 항공사였고, 통합 당시에는 양사 모두 파산 직전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결합 당시 델타 CEO(최고경영자)였던 리처드 앤더슨이 통상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일반 기업 합병 절차와 달리 감원 최소화와 조종사 급여 30% 인상 등을 약속하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원활한 화학적 결합을 진행해 양사 300여개 노선 중 단 4개만 겹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합병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이후 현재는 세계 최대 규모 항공사로 탈바꿈했다.
일부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처럼 경쟁사 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급선무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합병 역시 초반에는 조직문화 융합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자본과 역량을 바탕으로 부도 위기였던 기아를 도와 동반성장하며 현재는 양사가 그룹을 지탱하는 형제로 자리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남은 하반기에 어떤 결합 과정과 시너지를 보여줄 지가 중요하다"며 "현대차·기아와 달리 향후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으로 완전히 흡수되는데 따라 조직문화 융합이 더욱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