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소속으로 추정되는 현직 조종사가 직원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회사를 고발하는 게시글을 올리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항목별로 반박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적어도 7, 8월에는 진에어 타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블라인드에 등록됐다. 자신을 B737 항공기를 운항 중인 진에어 기장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진에어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미 조종사 사이에서 신뢰를 잃었다”며 여객기 안전 운항을 우려하는 내부 상황을 공개했다.
A씨는 “진에어는 현재 항공기 31대를 운용 중이지만 기장은 240명, 부기장은 185명만 확보하고 있어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토교통부 권고 기준에 따라 항공기 1대당 기장 8명, 부기장 8명씩 16명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성수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인력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수기에는 부기장 휴무를 줄이고 기장끼리 비행하도록 스케줄을 편성하려는 계획이 있다”며 “이는 조종사 과로를 유발할 뿐 아니라 비상상황 대응에도 치명적인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비행 스케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A씨는 “조종사들이 사흘 연속 새벽 4시에 기상해 김포제주 노선을 하루 4회 왕복하고 있다”며 “국내선 네번 비행은 서울부산 운전을 왕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피로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스케줄이 반복되면서 일부 조종사들은 병가 및 휴무 반납 거부를 통해 자발적인 ‘운항 보이콧’을 논의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회사는 영업이익만 생각할 뿐, 안전이나 승무원 건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사고가 나야 체계가 바뀔 것이란 자조적인 분위기가 사내에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내식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A씨는 곰팡이가 핀 기내식 빵 사진을 게시글에 첨부하며 “예전엔 대한항공 기내식을 받았지만 지금은 원가 절감을 이유로 품질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장과 부기장은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서로 다른 식단을 제공받아야 하는데, 식사 상태가 불량해 아예 끼니를 거르는 사례도 많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블라인드 게시글에 진에어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진에어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항공기 31대를 운용 중인 진에어에 운항 승무원은 543명이고, 이 중 훈련생을 제외한 기성 운항 인력은 435명”이라며 “항공기 1대당 기장 6명, 부기장 6명 이상인 6세트를 권고하는 국토부 기준을 초과해 평균 7세트(14명)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성수기에도 부기장 휴무 일수를 하향(8일) 조정할 계획이 없다”며 “법정 기준과 피로 관리 체계에 따라 정상적으로 스케줄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내식 품질 관련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진에어는 “승무원들로부터 수시로 피드백을 수렴해 기내식 품질을 정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곰팡이가 핀 빵 사진은 담당부서에 접수된 내용이 없고, 기내식 공급업체에 확인한 결과 해당 사진으로는 당사에 공급된 기내식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운항 보이콧과 근무 환경 악화 주장에 대해서 진에어 관계자는 “현재 조종사 병가 반납 거부나 단체 행동 관련 공식적 움직임은 확인된 바 없다”며 “사내 비행 편성은 내부 기준과 피로 관리 체계에 따라 구성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게시글에 언급된 특정 경험을 회사 전체 시스템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며, 객관적인 지표에 근거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논란 확산에 따라 추가 설명이 필요한 사안은 공식 자료로 별도 안내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토교통부의 점검 등 외부 검토가 있을 경우에도 관련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박응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