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20조원 몸값 인수 추진에 게임업계 긴장
중국 플랫폼 의존 심화, 산업 주권 위기론 대두
텐센트, 국내 주요 게임사들 사실상 2대 주주로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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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腾讯, Tencent)가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의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게임업계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 인수설은 지난 2019년 고(故) 김정주 창업자가 직접 매각을 추진했던 당시보다 훨씬 복잡한 정치·산업 환경에서 불거진 이슈로 기업 인수합병(M&A)의 차원을 넘어 K-게임 생태계의 자율성과 독립성, 나아가 산업 주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지주회사 NXC를 약 150억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텐센트가 김정주 창업자의 유족 측과 직접 접촉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NXC와 텐센트 양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거나 “확인해줄 수 없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고, 넥슨 측도 “시장의 루머나 추측성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말을 아꼈다.

현재 NXC는 故 김정주 창업자의 부인 유정현 의장(33.35%)이 최대 개인주주로 있으며, 두 자녀 김정민(17.16%)·김정윤(17.16%)와 함께 유족 지분율이 67%에 달한다. 여기에 벨기에 법인인 NXMH BV가 NXC와 함께 넥슨 본사인 넥슨(Nexon Co., Ltd)의 전체 지분 44.4%를 보유 중이다.

김 회장 별세 이후 약 5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NXC 지분 약 30%를 확보했으며, 해당 지분은 수차례 공매 시도에도 유찰된 뒤 현재 매각이 중단된 상태다. 최근 IBK투자증권이 매각 주관사로 지정되며 재매각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특별히 6년 전 무산됐던 인수전이 물밑에서 다시 진행 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텐센트는 올해 1분기 기준 약 39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넥슨 인수에 필요한 규모로 언급된 20조원대 자금 조달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게임이 2017년 텐센트가 출시한 게임관련 포털 서비스 위게임(WeGame)에서 유통되고 있다. 위게임 제공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게임이 2017년 텐센트가 출시한 게임관련 포털 서비스 위게임(WeGame)에서 유통되고 있다. 위게임 제공

이미 텐센트는 국내 게임 생태계에서 단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서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올라있다. 현재 넷마블(17.5%), 크래프톤(13.9%), 시프트업(35.03%)의 2대 주주이자 카카오게임즈도 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도 2000억원 규모로 인수해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특히 넥슨과도 수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대표적으로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퍼블리싱을 텐센트가 맡고 있으며,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텐센트가 한국·글로벌 매출 배분을 공동 관리하는 구조다.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 역시 텐센트를 통해 중국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외산 게임 통제 수단인 ‘판호(版號)’ 제도가 장기화되며 국내 게임사의 중국 진출은 텐센트를 통한 우회 수단에 의존하는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넥슨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37%를 중국에서 올렸고, 그 대부분이 텐센트를 통한 수익이다.

업계는 이러한 구조를 ‘역의존’으로 본다. 단기 수익은 얻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협상력과 전략적 자율성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 장벽이 여전한 상황에서 텐센트가 사실상 중국 시장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국내 게임산업이 외국 플랫폼에 종속된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올해 초 텐센트를 ‘중국군 지원기업’(CMIC)으로 공식 지정했다. 해당 조치는 미국 내 투자는 물론, 우방국 기업과의 연계 사업 전반에 간접적인 제재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유럽과 동남아 일부 국가 역시 중국 자본의 산업 지배력 확대에 대해 정책적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어 텐센트가 넥슨을 포함한 한국 게임사를 직접 지배할 경우, K게임 전체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정치적 제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넥슨 본사 이미지. 스트레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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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설 보도 직후 넥슨게임즈의 주가는 이틀 연속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가 급락한 상황에서도 지난주 장중 20% 가까이 오르며 시장은 인수 기대감을 빠르게 반영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와 게임 투자자 사이에서는 “게임 산업 전체를 해외 자본에 넘기는 것이 과연 주가 상승 이상의 가치를 가지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민간 거래 아니다”…정책 대응 촉구하는 게임정책학회


학계와 시민사회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게임정책학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민간기업 간의 거래가 아니라, 국가 핵심 산업 주권의 침탈 시도”라며 정부의 제도적 대응을 촉구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이자 학회장은 “이재명 정부가 게임산업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금석으로, 정부와 국회가 더 이상 사태를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되며, 즉각적인 규제 방안과 산업 보호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국내 게임업체의 해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게임 수출 시장 다변화, 투자 생태계 활성화 방안 등을 실효성 있게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넥슨은 1994년 국내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주요 RPG 타이틀로 성장해왔다. 2011년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한 뒤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매출 기반을 확보했으며, 2025년 현재 주가는 연초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임소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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