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소유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최근 비공개로 국회를 방문, 홈플러스 회생의 유일한 길은 ‘인가 전 인수합병(M&A)’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병주 회장은 정계의 ‘1조원 이상 사재 출연’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미래를 두고 정계와 금융권, 노동계 사이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그의 책임 회피 논란과 경영 실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정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채무가 2조9000억원에 달하고, 만성적 경영난에 더해 채권 피해자 배상 부담과 퇴직연금 미납 등 악재까지 겹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부실을 해소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투자까지 하려면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계와 노동계에서는 MBK와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1조원대 자금을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김병주 회장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일부 의원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MBK가 보유한 홈플러스 보통주 2조5000억원을 전량 무상 소각해 회사의 M&A를 돕겠지만, 1조원 이상의 사재 출연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홈플러스의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한다면 회사를 청산하지 않고 채권자와 협의해 자체 회생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이미 가치가 급락한 지분을 포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생 기업의 대주주 지분은 이미 종잇조각이 된 상황에서, 이를 미리 포기하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BK는 2015년 바이아웃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불황과 실적 악화로 10년째 매각에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과도한 대출이 발생했고, 빚을 갚기 위해 흑자 매장 등 핵심 자산을 처분하는 등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마트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MBK가 인수 이후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만 반복하며 정상화 책임은 외면했다”며 강하게 비판한다. 특히 김병주 회장이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점, 여론 무마용 사재 출연 발표 등 진정성 없는 태도가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김병주 회장은 소상공인 거래처에 대한 채무 변제를 돕고자 사재 400억원을 증여했고, 회사를 위해 600억원의 대출 지급 보증을 섰다고 밝혔다. MBK는 별도로 홈플러스 차입금에 대해 보증을 서고 법정관리 이후 연체 이자를 내고 있다며, 김 회장과 함께 홈플러스에 대해 지는 재무적 부담이 도합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홈플러스가 부담해야 할 막대한 채무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는 이달 회생법원 조사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원칙적으로는 기업회생을 더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MBK와 홈플러스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전 인가 전 M&A로 활로를 찾기로 했다.

인가 전 M&A는 종전 대주주의 지분(구주)을 소각하고 신주를 발행해 새 주인에게 파는 형태로 진행되며, 인수자가 내는 대금은 모두 홈플러스에 유입돼 기업 정상화에 쓰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로 네이버, GS그룹, 한화그룹 등 이커머스 및 유통 관련 대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김병주 회장에 대한 비판은 단순한 경영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대주주로서 홈플러스에 과도한 부채를 떠넘기고,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만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점에서 ‘먹튀’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노동조합과 소액주주, 시민단체는 “10만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외면한 채 MBK만 빠져나가려 한다”며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 회장이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사재 출연을 요구받을 때마다 미온적 태도를 보인 점은 그 책임 회피 의도를 더욱 부각시킨다.

현재 홈플러스는 국내 2위 대형마트로, 전국에 대형마트 126곳과 기업형슈퍼마켓(SSM) 308곳의 영업망을 갖추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1만9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생계와 수많은 협력업체의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김병주 회장의 책임 있는 행동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김병주 회장이 여전히 “회사의 M&A를 돕겠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추가 자금 투입을 거부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홈플러스 사태의 진정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