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인수 절차 최종분수령.. 채권자·법원 동의에 운명 달려
임직원 보호 위해 65억 추가 투입, 체불금 문제 해소 노력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 절차가 마지막 분수령에 접어든 모습이다. 오아시스마켓이 온라인 쇼핑몰 티몬의 인수예정자로 선정된 이후, 본격적인 회생계획안 심의를 앞두고 채권자 및 법원의 결정이 최종적 인수 성사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릴 관계인집회에서는 지난달 법원에 제출된 회생계획안이 최종적으로 가결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려면 회생담보권자 조에서 4분의 3 이상(75%), 회생채권자 조에서 3분의 2 이상(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는 만큼, 오아시스마켓 역시 채권자와 법원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티몬 인수와 관련해 인수금액 116억 원 외에도 임직원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 30억 원, 퇴직급여충당부채 35억 원 등 총 65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임직원 보호와 법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한다. 이는 티몬이 경영위기에 빠지면서 수백 건에 달하는 임금체불 진정이 제기되고, 퇴직연금 가입 등 기본적인 근로권 보장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고용노동부가 처리·조사 중인 임금체불 진정 건수는 400여 건에 달하며, 이 중 단 1건만 체불액이 청산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나머지 사건들은 피해근로자가 반의사불벌 취하서를 제출해 수사기관에 송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러한 과거 부담을 떠안으면서도, 임직원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며 회생계획안 가결을 위한 설득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오아시스마켓은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 업계 최저수수료와 구매확정 후 익일 정산 시스템을 즉시 도입, 기존에 피해를 입은 셀러들의 신뢰 회복과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티몬의 신뢰 붕괴로 인해 대거 이탈한 셀러 네트워크를 재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티몬은 유아용품, 뷰티·패션 등 실수요가 높은 소비재 중심의 셀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경영위기로 인해 이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러한 공급망 재구축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보다는 신뢰 회복과 장기적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에는 상당한 리스크와 문제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티몬 파산 시 일반 회생채권 청산 배당률이 0.44%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는 청산이 진행될 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임직원의 체불 임금과 퇴직금 정산이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아시스마켓이 인수하지 않고 티몬이 청산된다면, 임직원의 권익 보호는 물론 셀러와 소비자 피해도 최소화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가 임직원과 채권자 모두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티몬 인수 가결 여부, 이커머스 시장 판도 바꾼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티몬은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해왔으며, 인수 이후에도 정상화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선식품과 오픈마켓 간의 성공적인 결합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오아시스마켓의 시너지 창출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고 있다.
티몬의 고객층은 할인·딜 중심인 반면, 오아시스마켓은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강하다는 점에서 양사의 고객 접점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과 오픈마켓 플랫폼 간의 융합이 쉽지 않다"며 "공급망 재구축과 신뢰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오아시스마켓은 티몬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소 생산자 판로 확대와 소비자 후생 증진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채권자 간 이해관계 조율과 동의율 확보가 필수적이다.
채권자들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일부는 회생보다는 청산을 선호할 수 있다. 회생담보권자와 회생채권자 모두에서 높은 동의율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오아시스마켓은 채권자 설득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아시스마켓은 인수 이후 조직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티몬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비영업직 직원 전원을 영업직으로 전환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부 직원들은 오아시스마켓이 인수 조건인 고용 보장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아시스마켓은 인위적인 인력 효율화가 아니며 조속한 영업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내부 갈등 역시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는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을 넘어, 임직원과 셀러, 소비자, 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이커머스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번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에 따라 티몬의 미래가 결정되며,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향후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뢰 회복과 공급망 재구축, 채권자 설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오아시스마켓의 전략적 실행력과 리더십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