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넘겼지만 성과급 축소…노조 “보상의 기준 사라졌다”
사측 “영업이익 15% 수준 성과급 지급”…스팟 보너스도 제안

네오플 노동조합 조정우 분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네오플 서울지사 사옥 앞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오플 노동조합 조정우 분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네오플 서울지사 사옥 앞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게임업계에서 처음으로 개발사 직원들이 전면 파업에 나선다. ‘던전앤파이터’로 잘 알려진 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동조합이 오는 26일부터 3일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는 그간 누적돼온 보상 체계와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노조는 보상 구조 전반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이미 성과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상이 이뤄졌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파업은 단순 임금 갈등을 넘어 게임 개발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둘러싼 첫 공식 충돌로 더욱 눈길을 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분회는 지난 24일 서울지사, 25일 제주 본사에서 각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다음날부터 28일까지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 이후에는 조직별 순환 방식으로 파업을 이어가며 장기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파업은 ‘던전앤파이터’를 비롯해 ‘사이퍼즈’ ‘프로젝트 오버킬’ ‘퍼스트 버서커: 카잔’ 등 네오플이 맡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파업이 진행될 경우 프로젝트 일정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정우 네오플분회장은 전날 서울지사 앞 결의대회에서 “2주간 준법투쟁을 통해 온건하게 의사를 전달했지만 회사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며 “성과를 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중대한 선언”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네오플은 지난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흥행을 기반으로 매출 1조3783억원, 영업이익 9824억원을 기록했지만, 그에 비례해 지급돼 오던 신규개발 성과급(GI)이 예년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며 성과급 축소와 초과근무 누적을 파업의 핵심 쟁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조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4%에 해당하는 약 393억원을 수익배분금(PS)으로 구성원에게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아트 및 미디어 직군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야근과 업무 강도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노조는 “피로 누적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파업은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경고”라고 설명했다.

평균 연봉 2억2000만원이라는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실제 계약 연봉은 6000만원대로, 대형 게임사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고 반박했다.

네오플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제주 본사와 서울 사옥 인근에서 옥외 집회를 열고 사측에 보상 체계 개선을 요구해왔다. 집회에는 전체 게임 개발 직군 사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50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네오플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제주 본사와 서울 사옥 인근에서 옥외 집회를 열고 사측에 보상 체계 개선을 요구해왔다. 집회에는 전체 게임 개발 직군 사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50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사측은 “올해 지급한 성과급 총액은 네오플 전체 영업이익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경영진을 제외한 전체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배분됐다”며 "GI 축소는 해외 출시 지연 등 경영상 요인을 감안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임금단체교섭 과정에서 기존 보상체계 외에 ‘스팟 보너스’ 형태로 1인당 최대 3300만원의 추가 보상안을 제안했으나, 노조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른바 성과에 따라 구성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졌고, 이번 사안은 내부 소통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실제 실행 단계에 들어간 게임업계 첫 전면 파업 사례로 기록된다. 2022년 웹젠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사례는 있었지만, 집중교섭을 통해 타결되며 실제 집단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게임 개발자들의 근무 환경과 보상 체계 전반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라며 “게임은 사람이 만드는 산업인 만큼 개발자의 지속 가능성과 피로 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임소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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